정부 국책사업 지연에 지자체 `끓는다 끓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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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대형 국책 프로젝트가 지지부진하거나 혼란을 초래하는 일이 많아 지자체의 애를 태우고 있다.

18일 관련기관에 따르면, 첨단의료복합단지·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로봇랜드·5+2광역경제권 사업 등 대규모 국책 프로젝트가 장기간 지연되거나 의견대립으로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 갈등이 초래되면서 이들 사업 유치전에 뛰어든 지자체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일부 사업은 길게는 1년 이상 지연되는 바람에 지자체의 행정력과 예산 낭비를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지역경제의 침체가 본격적으로 예상되고 있는만큼 정부가 대형 국책사업을 서둘러 추진해 지자체 간 불필요한 경쟁을 해소하고 국가손실도 최소화해야 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대표적인 국책사업의 지연사례로 꼽히는 첨단의료복합단지(이하 첨복단지) 사업은 1년 이상 지지부진한 상태다. 지난 2007년 거론되기 시작한 첨복단지는 오는 2037까지 총 5조6000억원이 투입되는 초대형 프로젝트로 거의 모든 지자체인 14개 광역시·도가 치열한 유치전을 벌이고 있으나 아직까지 세부적인 일정조차 발표되지 않은 상태다. 현재 국무총리실과 보건복지가족부가 ‘첨단의료복합단지위원회’ 구성을 추진하고 있으나 공모 및 심사·평가 일정 등을 감안하면 최종 후보지가 결정되기까지는 앞으로도 수개월이 더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모 지자체 담당자는 “거의 1년 전부터 첨복단지 유치를 위해 지역민 서명운동을 벌이고 정치권 등 중앙무대를 찾아다녔지만 아직 아무 것도 확정된 게 없어 허탈할 정도”라면서 “이러다 탈락하기라도 한다면 그 후유증은 어떻게 치유해야 할지 벌써부터 암담해진다”고 털어놨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이하 과학벨트) 조성도 마찬가지. 이 사업을 둘러싸고 충청권을 비롯한 광주와 대구 등 전국 지자체 7∼8곳이 치열한 유치전을 벌이고 있으나 아직 윤곽조차 나오지 않고 있다.

특히 주무부처인 교육과학기술부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추진단은 내년도 교육과학기술부 자체 예산안에 50억원을 계상했다가 전액 삭감돼 기획재정부에 제출한 예산안에 한푼도 반영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와 함께 지난해 11월 전국 11개 신청 지자체 중 우여곡절 끝에 인천시와 경남 마산시로 압축된 로봇랜드 최종 후보지도 당초 지난 10월 말께 최종 후보지 결론이 날 것으로 예상됐으나 계속 미뤄져오다 지난 17일에야 타당성 최종 심사서 두 곳 모두 ‘국비지원가능’이라는 사인이 나왔다. 그러나 지난 7월 말 중간점검에서는 두 후보지의 사업 계획상 경제성이 낮다는 평가가 나온 바 있어 논란의 소지를 안고 있다.

여기에 최근에는 5+2광역경제권 구상에 호남권 지자체가 “특정 지역에 대한 특혜”라며 보이콧을 선언하는가 하면 정부의 수도권 규제 완화방침을 두고 “국가 균형발전을 역행하는 처사”라며 강력 대응에 나서는 등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지자체 관계자는 “대형 국책사업의 지연이 너무 장기화되다 보니 이를 유치하려는 지자체 쪽에서는 속이 탈 수밖에 없는 형편”이라며 “정부 차원에서 혼선이 빚어지지 않도록 국책사업을 제때 추진하고 지자체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는 노력이 아쉽다”고 말했다.

광주=김한식기자 hs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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