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작업장, 게임시장 암세포로 `변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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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 유저들이 떠나고 있다. 게임이 싫어서가 아니다. 게임에서 획득한 무기 등을 사고팔아 돈벌이 수단으로 활용하는 불법 ‘작업장’들이 갈수록 기승을 부리면서다.

 한두 해 전만 해도 작업장이라면 PC방에서 아르바이트를 고용하거나 개인들이 다량의 게임머니를 획득할 수 있는 조건을 선점하기 위해 직접 게임에 매달리는 아마추어 형태였다. 하지만 지금은 전문화·직업화가 됐다.

 모든 작업장이 불법 자동 사냥 프로그램을 활용, 캐릭터 육성 대행을 병행한다고 한다. 게임 계정을 새로 만들지 않고도 게임머니를 수집할 수 있는데다 육성을 맡은 캐릭터의 레벨을 올려주면서 수입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사냥터 독차지=작업장들이 더 많은 게임머니를 벌어들이기 위해 각축을 벌이면서 게임 자체를 지배하는 현상까지도 벌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리니지’는 작업장들이 중국 작업장과도 결탁해 게임의 한 서버를 완전히 먹어버리기까지 한다. 세력을 키워 성혈이 된 뒤 돈벌이가 되는 사냥터를 모두 독차지하고 자동 사냥 프로그램으로 게임머니와 아이템을 싹쓸이하는 형태다.

 이 같은 방법으로 대규모 작업장이 벌어들이는 수입은 월 수억원대에 이른다. “서버 하나를 통제하면서 자동을 돌리면 PC 100대 기준으로 월 수익이 최대 6억원까지 나옵니다. 여기에 캐릭터 육성 사무실을 병행하면 수익이 더 커지죠.” 제보자가 전해준 말이다.

 최근 무려 420억원어치에 달하는 중국산 게임머니를 국내 아이템 거래 사이트를 거쳐 현금화한 후 이를 다시 중국으로 밀반출해 오다 경찰에 덜미를 잡힌 일당도 이 같은 작업장이었다.

 ◇유저들이 떠난다=일반 유저가 작업장들 때문에 느끼는 불만은 폭발 직전이다. “성혈(작업장)이 게임 내 좋은 사냥터는 모두 통제하니 갈 곳이 없어요. 더욱 가관인 것은 그곳에는 자동이 판을 치고 있다는 거예요. 혹시라도 유저가 신고를 할까 봐 아예 접근조차 못하게 하는 거죠. 그뿐만 아니라 필드 곳곳에서도 자동 사냥 캐릭터들이 넘쳐서 게임을 제대로 할 수가 없어요.”

 이로 인한 유저 이탈도 적지 않다. 한 게임 커뮤니티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리니지’는 10만명을 넘던 동시접속자 수가 최근 들어서는 7만∼8만명 사이로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작업장에서 일해본 경험이 있다는 한 유저는 “게임머니 가격이 예전에 비해 3분의 1 수준으로 크게 떨어졌다. 그만큼 게임의 인기가 떨어진 것”이라며 “작업장들이 게임머니에 혈안이 돼서 사냥터를 통제하는 것도 떨어진 수익을 보충하기 위한 거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게임업체들은 불법 프로그램과의 전쟁을 선포하는 등 자체 단속을 벌이고 있지만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는 못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아무리 신고를 해도 소용이 없습니다. 이대로 가면 조만간 작업장이 운영하는 캐릭터만이 게임을 채우게 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김순기기자 soonk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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