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부품업체가 세계 시장에서 인수·합병이 활발히 일어나는 것을 기회로 삼아 세계 시장 점유율 확대에 적극 나선다는 소식이다. 글로벌 경제 침체로 모두가 움츠리고 있는 이때 오히려 세계 시장을 향해 공격적 행보를 구사한다니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다.
물론 이들이 쉽지 않은 세계 시장 확대에 나선 것에는 계기가 있다. 최근 잇따라 일어난 글로벌 차원의 인수합병이 그것인데, 해외 경쟁사들이 속속 짝짓기에 나서면서 당분간 조직 재편에 따른 위협보다 기회가 더 클 것으로 보고 이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반도체 부품 본딩와이어 분야 세계 4위인 엠케이전자는 경쟁사 독일 헤라우스와 미국 클리케앤드소파가 합병한 것을 기회 삼아 동남아 시장 등을 적극 공략, 오는 2013년까지 세계 1위에 올라설 계획이다. 올 상반기까지 칩배리스터 분야 세계 1위였던 아모텍 역시 세계 2, 3위 업체가 합병함에 따라 이를 기회로 보고 기술개발과 마케팅에 더욱 힘쓸 예정이다. DVD용 광픽업 업체 아이엠 역시 경쟁사인 일본 산요전기가 파나소닉과 합병한 틈을 타 산요와의 격차를 더 벌리기 위해 각오를 새롭게 다지고 있다. 이미 해당 분야에서 세계 제일에 이른 이들 기업의 공격적 행보는 그만큼 자신감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뿐만 아니라 기업가정신 주간을 선포해야 할 만큼 현재 우리 사회에서 사라져가는 불굴의 기업가 정신을 다시 한번 보여주는 것 같아 흐뭇하다. 미국 금융위기에서 촉발된 세계 경제 위기가 언제 끝날지 알 수 없지만 핵심역량이 뚜렷하고 기본이 튼튼한 기업은 결코 쇠락하지 않는다. 초유의 불황이 찾아왔다고 여기저기서 난리지만 현재도 잘나가는 기업은 국내외 곳곳에서 찾아 볼 수 있다.
미국 애플을 보라. 온라인 음악사이트와 연계된 MP3 플레이어를 내놔 세계 디지털음악 시장을 바꾼 이 회사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주력 제품인 노트북PC 판매가 부진해 고전을 면치 못했다. 그러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적용한 제품을 개발해 대표적 성공 기업으로 떠올랐다. 몇 년째 세계 휴대폰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노키아 역시 마찬가지다. 1990년대 초만 해도 노키아는 주력 제품 없이 목재·제지·고무·케이블 등 다양한 사업을 전개한 탓에 실적이 악화일로였다. 하지만 이동통신 하나에만 집중하는 승부수를 던져 마침내 오늘날의 굳건한 아성을 쌓았다. 일본 캐논 역시 90년대 불황에 허덕였지만 과감한 사업구조 재편을 거쳐 위험에서 벗어났다.
위기가 닥쳐왔을 때 모두가 성공한 것은 아니다. 코닥과 컴팩은 주저앉은 대표적 기업이다. 디지털화라는 시대 조류를 못 탄 코닥은 세력이 갈수록 축소됐고 시장 수요를 제대로 읽지 못한 컴팩 역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이처럼 성공 기업과 실패 기업을 보면 다 이유가 있다. 특히 성공기업은 하나같이 시대 조류를 잘 읽고 고객을 최고 가치에 두며 불황이라고 결코 움츠러들지 않은 특징이 있다. 엠케이전자를 비롯해 이번에 공격적 해외시장 진출에 나선 부품업체들을 주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물론 이들이 마음먹은 대로 세계 시장이 움직여줄 리 만무하다. 하지만 성공 여부를 떠나 위기를 기회로 바꾸려는 도전 정신은 평가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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