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중소기업이 진정 원하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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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은 8월 1조7000억원, 9월 1조8000억원, 10월 2조5000억원이었습니다. 시중에서 얘기할 때 중소기업 대출이 줄어들거나 안 되고 있다고 하는데 실상은 매월 늘고 있습니다.”

 13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경제단체장과 금융기관장 간담회 직후 은행 측을 대표해 브리핑에 나선 김두경 전국은행연합회 상무가 밝힌 말이다. 그는 브리핑 중반에도 은행권에서 중소기업 대출을 확대하고 있음을 강조하며 “은행들이 억울하게 비판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의 이 같은 발언은 ‘은행들은 지원을 1조원이나 늘렸는데 왜 중소기업들이 불평(대출 축소)을 하느냐’로 해석됐다.

 하지만 짚고 넘어갈 것이 있다. 김 상무는 8월 이후 실적을 언급했지만 미국발 금융위기가 본격화하기 이전인 5∼7월 중소기업 대출 증가액은 매월 5조5000억∼6조1000억원이었으나 8월 들어 중소기업 대출 증가액이 1조원대로 급감한 것이다. 반면에 정부의 중소기업 유동성 지원이 본격화한 후 대기업 대출은 큰 폭 늘어 10월엔 유례없이 많은 5조원에 육박했다.

 안타까운 것은 무역협회의 태도다. 브리핑에 나선 이경태 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장은 이날 금융권의 최근 어려움을 설명하며 “정부가 (은행권의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기업과 금융권의 관계를 ‘수어지간(水魚之間)’으로 표현하며 밝힌 말이다. 은행권이 성의 있는 중소기업 대출에 나설 것을 요구할 것으로 기대했던 기자의 예상이 확 깨지는 순간이다.

 이 순간에도 수많은 중소기업은 정부 중소기업 유동성 지원 효과가 언제쯤 제대로 나타날지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정부 그리고 경제계는 그동안 은행권에 대한 정책자금 지원실적이 얼마나 이행됐는지 점검해야 할 것이다.

 김준배 기자<경제교육부>=j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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