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미디어 시대에 맞는 전문인력 양성을 목표로 설립된 영상 미디어계열 특성화 고교 다수가 전문교사와 기자재 부족·취업난에 시달리고 있어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2일 관련부처·기관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에는 81개의 영상 미디어계열 고교가 설립돼 있다. 한 해 선발하는 정원 만도 6500여명에 달한다. 영상 미디어 고교는 △영상 제작 △멀티미디어 콘텐츠 △영상 미디어 디자인 △애니메이션 △웹 미디어 등의 세부 전공으로 구성돼 있다. 대부분 기존 공업·상업·농업 등 실업계 학교에서 전환한 경우가 많았다.
◇전담교사가 없다=동아방송예술대 이재호 교수팀이 최근 영상 미디어고 교사 3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각 학교에 미디어 특성화 교육을 위한 전담교사 수가 5명 이하라는 응답이 전체의 68%나 차지했다. 또 절반에 가까운 44%는 미디어 담당 동료 교사에 대해 전문성이 없거나 부족하다는 부정적 평가를 내렸다.
동료 교사의 교과 전문성에 대한 긍정적 평가는 8%에 그쳤다. 실제 공업이나 상업을 담당하던 교사들이 단기 연수 등을 거쳐 미디어·영상 교과를 맡는 일이 많았다.
이런 상황인데도 단지 20%의 학교 만이 미디어 전문교사를 위한 별도의 직무교육을 하고 있었다. 학습 교재 역시 각 학교별로 자체 제작하고 있지만 그 수준에 대해 단지 17% 만이 만족한다는 입장이었다.
교사들은 학교별 자체 교재 개발보다는 통합 교과서를 제작해 공동으로 활용하는 것이 좋다(83%)는 의견을 보였다.
◇일자리 찾기 어려워=특성화고 출신이지만 관련 분야 취업도 쉽지 않다. PP업계 관계자는 “대학·전문학교·영상교육원 출신 인력들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영상·미디어고 출신자가 일자리를 얻기란 쉽지 않다”며 “우리 회사도 일부 직무 보조원 이외에는 모두 그 이상의 학력이 있다”고 말했다.
교사들도 영상 미디어고 출신이 취업이 잘된다(11.7%)는 생각은 극히 적었다. 이 때문에 학생들의 절반 이상은 전문 기술 인력이 되기보다는 대학 진학을 선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성화고는 실습 교육이 중요하지만 장비나 시설도 절대 부족한 상황이다. 영상 미디어 분야의 기자재는 대부분이 고가이고 지속적 업그레이드가 필요하지만, 기자재를 설치하거나 제작실습을 할 공간 자체가 부족하다는 학교도 적지 않았다.
◇정원 등 정책조정 선행돼야=영상 미디어고 육성에는 교육과학기술부·문화체육관광부·방송통신위원회 등이 모두 관여하지만 정책수립 주체와 역할이 명확하지 않다.
특화된 예산지원도 연간 5억원 미만이다. 우선 정부차원에서 중장기적 인력수요 전망에 근거한 정원조정이 필요해 보인다. 특성화고 설립취지에 맞는 교육을 위해서는 각 지자체와 인근 산업체·교육기관이 연계하는 것도 중요하다. 설비 및 기자재에 대해서는 지역별 미디어 센터 등을 공동 활용하는 것도 해법이 될 수 있어 보인다.
이재호 교수는 “인근 대학·산업체와 연계를 통해 선행학점 인정이나 기자재 공유 등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라며 “영상 미디어 계열 관련 자격인증제도를 도입하는 것도 학생들의 학습욕구를 높이고 전문화를 유도할 수 있는 길”이라고 말했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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