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부품소재발전기본계획(MCT:Material & Component Technology)’이 마침내 나왔다. DJ 정부가 지난 2001년 초 부품·소재를 2010년까지 주력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MCT 2010’이라는 원대한 청사진을 제시한 지 8년 만이다.
제2차 MCT의 핵심 기조는 한마디로 ‘대기업(세트기업)과 부품·소재 기업의 상생 협력’으로 풀이된다. 대기업과 부품·소재 기업이 유기적으로 협력, 대일무역 역조 현상 심화 등 부품·소재 기업이 처한 열악한 환경들을 타개해보자는 것이다. 부품·소재 기업 경쟁력 강화는 곧 ‘샌드위치 코리아’ 탈출의 지름길이다. 포스트 MCT가 갖는 남다른 의미다.
◇취약한 원천 기술 경쟁력=올해 우리나라 부품·소재 경쟁력은 선진국 대비 88% 수준이다. 60∼70%에 그쳤던 예전과 비교해 격차가 많이 좁혀졌다.
부품·소재 수출은 지난해 전체 산업 무역 수지 흑자의 두 배 이상 달성했다. 지난 1차 MCT에서 실용화 기술 개발에 집중해 우수 기술을 개발하고 △부품·소재 신뢰성평가센터 운영, 대기업과 부품·소재 기업 공동 신뢰성 활동 등 신뢰성 기반 조성 등이 효과를 본 것으로 풀이됐다.
문제는 원천 기술이 필요한 설계·신제품 개발·생산·신뢰성 등 기술 분야가 여전히 취약하다는 점이다. 특히 가격 경쟁력을 제외한 모든 부문에서 일본보다 낮게 나타났다. 지난해 수입 상위 100대 부품·소재 중 5000만달러 이상 수입한 TAC필름·액정·포토레지스트리·압전결정소자 등 19개 품목을 조사한 결과, 이들 품목은 대일 적자(187억달러)의 55.1%를 차지했다. 또, 19개 품목이 대일 수입(322억달러)의 32%를 차지했다.
우리나라는 철강·석유화학 등 자본집약형 범용 소재(장치 기반)에선 경쟁력이 있지만 기술집약형 핵심소재(지식 기반)에선 경쟁력이 취약하다. 원천 기술 부족으로 핵심 소재는 선진국의 60% 수준에 머문다. 대일 소재 적자는 2001년 36억달러에서 2007년 106억달러로 급증했다. 소재 분야의 대중국 흑자는 2001년 36억달러에서 2005년 73억달러로 정점에 오른 이후 지난해 36억달러로 8년 전으로 뒷걸음질 쳤다. 대일본 교역에서 부품·소재의 수입 쏠림 현상이 심화되는 반면에 대중국 교역에서 기존 비교 우위가 힘을 잃는 샌드위치형 추세가 뚜렷해진 셈이다.
◇대·중소 상생협력으로 샌드위치 탈출=정부는 지난 1차 MCT가 핵심 기술 개발 지원을 통한 세계 1등 부품·소재 확보에 한계가 있었다고 본다. 선진국에 비해 기술 수준이 향상되고 있지만 여전히 대일 무역 역조 등이 심화되는 추세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판단이다. 대기업과 부품·소재 기업 간 상생 협력이 부족한 탓으로 인식했다.
정부는 그래서 ‘부품소재강국’이라는 2차 MCT의 비전을 대·중소 간 상생 협력에 맞췄다. 먼저 주요 수입 품목을 분석, 기술 개발이 필요한 전략 과제를 발굴한 후 상생 협력형 기술 개발사업을 중점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는 필요하다면 미국·일본·독일 등 기술선진국과도 손을 맞잡기로 했다. 무역 적자 규모가 큰 핵심 원천 부품 기술을 더 이상 자체 기술력만으로 개발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판단이다. 정부는 관련 규정을 정비, 해외 대형 세트 기업이 국가 연구개발(R&D)사업에 공동 주관으로 참여하도록 했다. 외국 수요 기업과 국내 부품·소재기업의 상생 협력을 유도하겠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국내 대기업들이 얼마나 이 같은 상생 협력에 응할 것인지다. 가장 값싸고 품질이 좋은 부품·소재를 골라 쓰는 상황에서 대기업들이 가능성만 보고 국산 제품을 구매하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대기업과 공동 R&D에 기껏 성공했지만 정작 대기업에 납품하지 못해 사장되는 기술과 부품은 지금도 넘쳐난다. 대기업이 상생 협력에 적극 나서고 구매 관행을 개선하도록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과 같은 제도적 보완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생산기술연구원 관계자는 “일본 부품·소재 기업의 성장 배경엔 일본 대기업이 지분을 출자하는 등 적극 지원해온 역할이 컸다”며 “50명 이하의 부품·소재 기업이 90% 이상인 국내 환경으로는 발전 한계가 있는만큼 국내 대기업이 부품·소재 기업의 몸집을 키우는 환경을 정부가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수민·한세희기자 smah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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