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와 평판 디스플레이, 초강력 섬유 등을 만들기 위한 신소재로 각광받는 탄소나노튜브의 지름과 벽의 수를 동시에 제어하는 기술을 국내 연구진이 세계 첫 개발했다. 고용량 수소저장과 리튬2차전지, 이산화탄소 저장, 바이오센서 등에 쓸 수 있는 다양한 구조의 기능성 나노튜브를 만들 수 있는 길을 열었다.
KAIST 신소재공학과 강정구 교수팀은 질소 플라즈마를 이용해 나노튜브 벽 형성을 억제하는(비활성) 비금속 코어와 나노튜브 벽 형성을 촉진하는(활성) 금속 쉘을 합성한 ‘드러난 코어/쉘(Exposed Core/Shell)’ 촉매를 만들고, 이를 통해 나노튜브 지름과 벽의 수 동시 제어에 성공했다고 11일 밝혔다.
수소·리튬이온·이산화탄소 저장 등에 탄소나노튜브를 활용하기 위한 기술이 연구돼 왔지만, 나노튜브 지름과 벽의 수를 동시에 제어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지 못해 고용량 에너지 저장체로 활용하는 데엔 한계가 있었다. 또 둥근 형태의 단일성분 또는 이종성분으로 구성된 촉매를 통해 단일벽·이중벽 나노튜브 구조를 제어할 수 있는 기술을 이용하지만 지름이 아주 작은 촉매를 사용해야 하는 단점을 가지고 있었다.
강 교수팀은 나노튜브가 활성 금속 촉매에서만 성장한다는 점에 착안했다. 활성인 금속 ’쉘’에 비활성인 비금속 코어 ’드러난 코어’를 주입, 나노튜브가 ‘쉘’을 따라 성장하도록 제어했다. 드러난 코어는 질소와 철 성분으로 구성된 비금속성 물질이다. 나노튜브 성장에 비활성을 가져 나노튜브 벽 형성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반면 금속성인 쉘은 나노튜브 성장을 촉진하는 역할을 함으로써 나노튜브의 벽이 쉘 층 부분에서 성장하게 된다.
이 연구결과는 화학분야 국제학술지 ‘앙게반테 케미’ 인터넷판에 게재됐다. 12월 인쇄판 표지논문으로 게재될 예정이다.
강 교수는 “비활성인 비금속 코어와 활성을 가진 금속 쉘을 가진 ‘드러난 코어/쉘’ 합성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고, 나노튜브의 직경과 벽의 수를 동시에 제어할 수 있음을 보였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