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2의 가전 유통업체인 서킷시티의 파산신청으로 국내 IT가전업체가 증시에서 직격탄을 맞았다.
11일 증시에서는 미국 제2의 가전 유통업체인 서킷시티가 파산신청에 들어갔다는 소식에 삼성전자를 비롯한 정보기술(IT)주의 주가가 약세를 면치 못했다.
삼성전자의 주가는 이날 장중 한때 45만6000원까지 하락하다 프로그램 매수 영향으로 47만원에 복귀해 약보합으로 장을 마감했다.
LG전자는 8만6500원을 기록하며 전일보다 7% 가까이 하락했다. 또 제조업체의 주가 하락으로 부품업체인 삼성전기, 삼성SDI, LG이노텍, LG디스플레이 등도 대부분 하락 마감했다.
증시전문가들은 국내 가전업체는 서킷시티에 노출된 매출 채권이 작고 전반적인 미국 유통업체의 문제는 아니고 서킷시티의 자체 문제라는 점에서 단기적으로 실적에 미칠 영향은 작다고 분석했다.
이선태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경쟁업체인 베스트바이가 올해 예상 영업이익이 21억5000만달러에 이르는 등 흑자기조가 유지되는 것을 감안할 때 서킷시티의 파산은 자체적 문제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국내 가전업체들이 대부분 보험에 가입해 채권회수는 시간 문제일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미국 IT 유통시장 등 실물경기의 어려움이 반영된 것이어서 부정적인 요인이란 전망이다.
특히 미국의 가전 판매 채널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바뀌고 월마트, 코스트코 등이 IT제품 판매를 강화하면서 기존 전문점의 입지가 축소된 게 서킷시티 파산의 원인이란 점에서 제조업체의 수익성 악화가 뒤따를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단가인하 압력도 가시화될 것이란 예측이다. 서킷시티가 향후 영업을 지속하면서 12월 재고조정을 위해 할인판매를 단행할 가능성이 높은데 이 때 제조업체와 고통분담을 요구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서킷시티가 할인판매를 단행하면 베스트바이나 월마트 등이 추가 할인을 요구할 가능성이 커 비수기인 1분기를 앞둔 IT가전 업계의 더욱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다만 국내 가전업체들이 원화 약세의 수혜를 입고 있어 경쟁사인 일본 업체 대비 수익성 면에서 경쟁력을 갖춘 점은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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