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휴대폰부품업체가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로 몰락, 애꿎은 임직원과 협력사에 피해가 전가돼 안타까움을 남기고 있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인천의 휴대폰케이스업체인 D사는 지난달부터 영업·생산활동을 전면 중단했으며 연봉제 임직원 130여명을 10월 31일부로 정리해고했다. 이 회사는 지난 8월부터 임직원 및 도급업체 직원들에게 급여를 지급하지 못해 직원들이 하나둘 회사를 떠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지난달 말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연봉제 임직원 130여명을 한꺼번에 내보냈다. 이 회사의 140여개 협력사들도 90억∼100억원의 납품대금을 지급받지 못했다. 이미 일부 업체가 도산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렇게 된 것은 지난 3월 전 대표가 대여금을 갚아주는 조건으로 현 경영진이 소속된 R사에 경영권을 넘긴 것이 발단이 됐다. Y, K, D씨 등 현 경영진은 전 대표의 채무는 물론이고 195억원의 기업 양수도 대금도 갚지 못했다. 국내 주요 고객사인 팬택으로부터 수차례 주의를 받던 이 회사는 급기야 7월부터 납품을 못하게 됐으며, 심각한 경영난에 빠지게 됐다. 영업활동은 10월부터 중단됐다. 지금은 전기와 전화도 다 끊겼다. 7월부터 전기료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게 됐는데도 현 경영진은 1인당 8000만∼1억원의 법인카드로 회사 돈을 개인자금으로 유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이들은 기사에게도 법인카드를 지급할 정도로 비정상적인 행동을 보여왔다고 이 회사 직원들은 전했다.
급여는 물론이고 해고수당도 받지 못한 직원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경영진은 줄 돈이 없으니 근저당에 잡히지 않는 자산을 경매 신청해 배당받아가라는 말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에 몸을 담았던 한 직원은 “국내외 주요 휴대폰 제조업체의 우수 협력사라는 긍지를 갖고 직원들이 열심히 일해왔지만,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로 결국 오늘날에 이르렀다”면서 “몇몇 사람 때문에 선량한 임직원과 협력사들에 피해가 왔다는 사실이 너무 분통하다”고 토로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 경영진이 회사를 인수할 때부터 횡령 등 부도덕한 행위가 포착됐다”면서 “팬택도 이를 알고 미리 정리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2005년 5월 코스닥시장에 상장해 지난해 660억원의 매출을 올린 중견 휴대폰부품업체다. 국내 팬택의 주요 협력사였던 것은 물론이고 일본의 중견 휴대폰 제조업체인 교세라에도 휴대폰케이스를 공급해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설성인기자 siseol@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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