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비준 `산넘어 산`

  미국 레임덕 세션(오바마 당선 이후 크리스마스까지 기간) 동안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비준동의안 처리를 하려던 청와대 입장에 제동이 걸렸다. 미국 오바마 당선자가 재협상을 내세운데 이어, 우리나라도 야당 반대가 본격화됐기 때문이다.

◇내주 FTA 국회 격돌 예고=청와대와 한나라당은 오는 17일 이전에 한·미 FTA 비준동의안을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 상정해 의결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하지만 민주당이 공청회와 특위 구성, 강만수 장관 경질설 등을 들고 나와 난항에 빠졌다. 자유선진당도 공청회 참여를 당론으로 내세우며 야권공조에 나섰다.

야권은 17일 이전 비준동의안 상정 방침에 반발하며, 민주당과 자유선진당이 G20 정상회의 방미외교단에서 빠지기로 하는 등 ‘판을 깨고’ 나왔다. 미 의회와 만나 FTA는 물론 한·미 외교 관계 전반에 관해 의견을 교환하려 했던 청와대와 여당의 입장이 난처해졌다. 민주당 원혜영 원내대표는 “대화와 타협을 통해 심의하겠지만 한나라당이 일방적으로 강행하려 든다면 국민과 함께 막을 것”이라며 “한·미 FTA는 ‘선대책 후비준’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청와대와 한나라당은 17일 이전 한·미 FTA 비준동의안을 외통위에 상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야권과의 협상 대상이 아니라 국익을 위해 취해야 할 최소한의 조치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바마, 압박 통할까=오바마 당선자 측도 ‘허니문을 즐길 시간이 없다’며, 추수감사절 이후에 미국발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현안문제에 전력을 다할 것임을 강조했다. 이는 우리나라와의 FTA 비준 문제는 미국 경제위기 극복 이후에나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미 의회에서의 FTA 비준은 우리나라 상황보다 더 어려워 보인다. 오바마가 선거 과정에서 자동차 부문 재협상 방침을 밝힌 바 있고, 상·하원에 다수의 민주당 의원이 포진해 있기 때문이다. 레임덕에 빠진 부시 대통령이 일사분란하게 FTA를 추진할 수 있는 동력을 갖고 있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청와대는 한·미 FTA 비준동의안에 대해 17일 이전에 외통위에 상정하고, 조속한 시일내에 의결처리함으로써 미국 의회 내부에서 크리스마스 이전까지 비준동의안을 처리할 수 있도록 압박한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청와대 측은 ‘미국이 FTA 협정 내용을 두고 재협상한적이 없으며, 재협상을 요구할 경우 다른 무역협정은 물론 우리나라에게 자동차 부문에 버금갈만한 카드를 내놓아야 한다는 점에서 미국이 쉽사리 재협상 카드를 본격화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박진 국회 외교통상위원장이 “의회주의 원칙에 입각해 국민 기대와 요구에 따르는 정상 절차를 밟겠다”며 “오는 12일 공청회를 실시한 뒤 17일 이전 비준동의안을 상정해 조속히 의결 처리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김상룡기자 sr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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