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 정부가 ‘R(recession·경기후퇴)의 공포’에 사로잡힌 글로벌 증시를 위해 다시 한번 금리인하 공조를 단행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 7일 기준금리를 현행 4.25%에서 4.00%로 내렸다. 은행들이 중소기업 대출 실적에 비례해 한은이 은행에 저리로 대출해주는 총액한도대출 금리도 2.50%에서 2.25%로 인하했다. 불과 한 달만에 금리 인하폭이 무려 125bp(1bp=0.01%포인트)에 달한다.
그 전날 유로지역에서도 파격적인 금리인하가 단행됐다. 유럽중앙은행(ECB)이 기준금리를 3.75%에서 3.25%로 50bp 인하했고, 영란은행(BOE)도 4.5%에서 3%로 무려 150bp나 내렸다. 이 같은 조치로 금리는 1955년 이후 최저 수준에 달하고 있다. 스위스 중앙은행도 기준금리를 2.5%에서 2.0%로 50bp 인하했다. 글로벌 금리인하 공조가 ‘R(경기침체)의 공포’를 넘길 수 있을지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내년 경기전망 우울, ‘R의 공포’ 점증=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미국, 일본, 유로지역의 내년 경제성장률을 마이너스대로 하향 조정하면서 글로벌 경기침체 가능성을 공식 인정했다. 세 지역이 동시에 마이너스 성장하는 것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이다. IMF는 미국 경제성장률을 0.1%에서 마이너스 0.7%로, 유로존은 0.2%에서 마이너스 0.5%로, 일본은 0.5%에서 마이너스 0.2%로 각각 하향조정했다. 글로벌 경제성장률도 3%에서 2.2%로 대폭 조정했다. 신흥시장 경제성장률은 6.1%에서 5.1%로, 중국은 9.3%에서 8.5%로 하향조정했다.
경기선행지표도 최악이다. 특히 미국은 실업수당청구건수가 25년래 최고치를 달했고, 3분기 노동생산성 둔화, 10월 비농업부문 고용지표 등도 최악으로 드러났다.
조성준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선진국 마이너스 성장의 영향이 신흥시장으로 확산될 위험이 있고, 경기침체 위험이 재차 부각되면서 안정을 찾고 있는 자금시장도 경색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각국이 금리인하 공조를 취했는데도 경제가 지속적으로 악화되면 최악의 경우 글로벌 동반 유동성 함정에 빠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금리인하 공조 ‘약발’ 먹힐까=경기지표는 심각한 수준으로 악화되고 있고, 반대편에서는 경기부양을 위해 고강도 대책들을 쏟아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경기침체와 각국 경기부양 정책들의 본격적인 싸움이 시작됐다면서도 향후 전망에 대해서는 다소 엇갈린 분석을 내놨다.
김성봉 삼성증권 연구원은 “미국 상업은행의 대출이 다시 늘기 시작한 것은 유동성 공급, 공적자금 투입이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는 조짐”이라며 “대선이 끝났지만 G20(선진국 20개국) 정상회의 등 여러 이벤트가 많이 남아 있어 다소 희망적”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전지원 키움증권 연구원은 “금리가 대폭 인하됐는데도 유럽증시가 하락했다”며 “경기침체의 공포가 확산돼 금리인하와 유동성 공급 등 통화정책으로는 우려를 해소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전 연구원은 “각국 정부의 재정정책을 통한 경기 부양책이 추가적으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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