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벤처협회가 10일 탄생 10주년을 맞았다. ‘벤처 붐’이 본격 달아오르던 1990년대 후반 여성들도 벤처의 가능성에 눈을 뜨고 본격 창업에 나선 후다. 전자신문은 이에 맞춰 여성벤처협회와 공동으로 여성벤처 업계가 처한 난제와 앞으로의 과제에 대해 좌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좌담회는 배희숙 여성벤처협회장의 ‘여성벤처, 미래 지식기반경제의 주역’이란 주제발표에 이어 토론으로 이어졌다. 토론에서 패널들은 여성벤처가 성장하는 데 나타나는 걸림돌을 제거하는 클릭닉 프로그램을 비롯해 여성벤처의 저변확대를 위한 경진대회, 네트워킹 확대를 위한 상생 프로그램 등 다양한 정책 제안이 나왔다. 이날 토론회를 정리한다.
<참석자>
박희선 팬트랜스넷 사장
배희숙 여성벤처협회 회장
전미숙 베베하우스 사장
주현 산업연구원 중소·벤처기업실장
최정숙 포커스리서치 사장
한정화 한국벤처산업연구원장(한양대 경영대 교수)
<가나다순>
※사회: 홍승모 전자신문 경제교육부장
◆주제발표(여성벤처, 미래 지식기반경제의 주역-배희숙 여성벤처협회장)
1990년대 후반 벤처 붐과 함께 태동하기 시작한 여성벤처기업은 올 7월 말 현재 755개사가 등록해 있다. 여성벤처기업 수는 2003년 이후 매년 30%대의 높은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업체 수 기준으로는 전체 벤처기업(1만4197개사)의 5.3%에 불과한 실정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지난해 정부의 지식기반서비스산업 육성에 힘입어 올해 들어 지식기반 여성벤처기업이 크게 늘고 있으며 이에 맞춰 전체 여성벤처기업 수도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협회는 앞으로 10년간 여성벤처 3000개 육성, 매출 30조원 달성이라는 비전을 세웠다. 또 이 비전 달성을 위한 세 가지 실천과제도 수립했다.
우선 매출 1000억원 이상의 여성벤처기업 육성과 여성벤처 ‘규모의 경제’ 실현이다. 성공한 리더 기업을 다수 탄생시키는 것은 업계 발전에 여러모로 의미가 크다. 이는 단순한 벤치마킹이 아닌 성공기업이 후발기업을 이끄는 선순환 효과를 가져다 줄 수 있다. 선발기업과 후발기업의 친화적 발전 모델이 제시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이를 위해 매출 200억원 이상인 기업을 대상으로 예비 1000억원 여성벤처클럽을 결성해 경영·자금·판로 등을 집중 관리하는 지원이 필요하다. 또 업계 평균매출 100억원 달성을 위한 여성벤처 경영자금지원단 구성, 유망 창업초기기업 관리 등이 요구된다.
지식기반산업 분야에서의 여성창업과 글로벌 기업 육성이 두 번째 실천과제다. 미래사회는 다양성과 통합성에 대한 욕구를 동시에 만족시켜주는 지식기반 서비스산업이 주목된다. 벤처1.0에서 2.0으로의 변화 핵심도 지식기반서비스 산업을 들고 있다. 여성벤처가 이 분야를 주도하기 위해 관련 전문교육과 사업화 지원이 필요하다. 대표적으로 신규아이템 발굴, 사업화 방안 마련, 창업 전문교육과 지원시스템 구축 등을 꼽을 수 있다.
네트워킹과 마케팅 문화의 창의적 변화를 세 번째 실천과제로 잡았다. 이는 지난해부터 정부·지자체·유관기관·대기업 등을 대상으로 한 ‘만나고 싶었습니다’ 프로그램을 확대·운영함으로써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정부 등과의 분야·업종별 비즈니스 인프라 구축을 위한 정책사업을 추진함으로써 기업경영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 이와 함께 여성기업의 감성을 연계한 차별화된 네트워킹 문화를 만들어나갈 것이다. 향응에 익숙하지 않은 여성 CEO를 비즈니스적으로 연계할 수 있는 파티문화로 유입하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토론
◇사회(홍승모 전자신문 경제교육부장)=협회에서 여성벤처업계가 나아가야 할 비전과 이를 달성하기 위한 실천과제를 제시했다. 오늘 토론회는 이들 실천과제를 중점적으로 논의해 보겠다. 우선 1000억원 여성벤처기업 육성과 규모의 경제 실현에 대해 토론해보자. 여성벤처업계의 의견을 부탁한다.
◇배희숙(여성벤처협회장)=현재 벤처 1000억클럽에 가입돼 있는 여성기업은 3개에 불과하다. 전체의 채 3%도 안 되는 미미한 수다. 1000억클럽 가입 기업 수가 늘어나기 위해서는 규모가 있는 여성벤처기업을 발굴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정부의 직접적인 자금 지원을 제안하고 싶다. 정부 연구개발(R&D) 예산이 여성벤처에 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여성벤처협회가 자금 집행에 참여하는 것도 의미가 있을 수 있다. 매출 500억원 이상이 되는 여성벤처가 10여개로 적지 않다. 이들이 1000억원대로 성장하는 데 협회가 나선다면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전미숙(베베하우스 사장)=여성벤처들이 매출 1000억원대로 성장하지 못하는 이유를 보면 100억원대까지는 잘 치고 올라갔는데 그 이후 좌절하고 안주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이들은 조직과 리스크관리 그리고 네트워크 등에서 문제점을 많이 노출한다. 이 문제점은 대기업에 비해 중소기업, 그 가운데서도 특히 여성벤처기업들이 취약하다. 이들이 성장과정에서 겪게 되는 한계를 극복할 수 있도록 협회가 지원해야 한다.
◇박희선(팬트랜스넷 사장)=좋은 지적이다. 여기에 하나를 더 제안한다면 글로벌화를 들고 싶다. 여성기업들이 약한 것으로 마케팅 능력을 빼놓을 수 없다. 여성기업이 해외로 눈을 쉽게 돌리고 진출할 수 있도록 원스톱 지원이 필요하다. 언어·홍보·리스크 관리 등 전체적으로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최정숙(포커스리서치 사장)=이 시점에서 빼 놓아서는 안 될 것이 있다. 여성벤처에 대한 지원내용이 얼마나 지켜지고 있는지다. 현재 가점 제도 등 몇 가지 여성 벤처 지원책이 있지만 이것이 제대로 지켜지지를 않고 있다. 지키지 않아도 불이익이 없기 때문이다. 정책적으로 불이익을 줘야만 여성벤처 지원책이 잘 이행될 것이다.
◇배희숙=하나 더 거론하면 일관성이다. 정권이 바뀌면서 사라지는 지원책이 있다. 여성벤처와 관련된 것도 마찬가지다. 정책에 일관성이 있어야 기업이 편하게 일할 수 있다.
◇사회=모두 좋은 지적이다. 이번에는 객관적 위치에 있는 연구계의 시각을 들어보자.
◇한정화(한국벤처산업연구원장)=과연 잠재력 있는 여성벤처가 매출 1000억원대를 달성할 수 있도록 특별 지원을 하는 것이 옳은지 고민해야 한다. 논리적으로 접근한다면 설득이 쉽지 않다. 정책의 공감대를 형성하기가 어렵다. 여성벤처기업이 매출 500억, 1000억원을 넘어설 때 나타나는 정체현상을 찾아서 해결하는 인센티브 케어, 일종의 응급실 프로그램을 만들 것을 제안한다. 마케팅·경영·기술 등을 총체적으로 점검해 어느 부문에서, 왜 정체현상이 나타나는지를 보고 이를 치유할 수 있는 지원책을 찾아내야 한다. 조직의 엉킴과 지침 현상을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주현(산업연구원 중소벤처기업실장)=미국도 여성기업을 위한 여러 프로그램이 존재한다. 대표적인 것이 역시 공공구매에서 일정비율을 여성기업에 할당하는 것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여성벤처를 위한 자금지원 프로그램도 필요해 보이지만 단기적으로는 여성기업 할당제처럼 어떤 사업의 일정비율을 여성에게만 지원하도록 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참고로 최근 미국에 있는 한국 수출인큐베이터센터를 방문했다. 이곳을 이용하면 우리 기업이 해외에 진출하는 데 적은 비용을 내고도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이런 곳에 여성기업에 일정 부문 할당하도록 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전미숙=여성벤처 지원책도 시대를 따라가야 한다. 주제발표에서 언급됐듯이 지식기반서비스산업에 걸맞은 지원책이 나와야 한다. 기술혁신형 분야도 마찬가지다. 여성 지원책은 소상공인, 여성창업에만 지원이 쏠려 있다. 지식기반과 기술혁신형 여성기업에 대한 정책적 고려가 요구된다.
◇사회=여성은 지식기반서비스산업에 여러 강점이 있다. 이와 관련, 여성벤처업계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지 논의해보자.
◇주현=여성벤처업계가 지식기반서비스산업에 초점을 맞춘 것은 방향을 잘 잡은 것으로 보인다. 현재 여성기업은 부가가치가 낮은 부문에 몰려 있다. 지식기반서비스 등 고부가가치 분야는 대단히 취약하다. 이런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야 여성벤처에 대한 관심도 높아질 것이다.
◇전미숙=다른 산업도 마찬가지지만 지식서비스산업에도 여성기업이 진출하는 것이 쉽지 않다. 여성기업 자체적으로 노력하겠지만 초기 진입을 위한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지식서비스산업에서 여성 비율을 현재 5%에서 20%로 끌어올리기 위해 차별적 지원이 있어야 한다.
◇최정숙=지식서비스산업 관련 벤처인증을 받기 쉽지 않은 것도 문제다. 선진국에서도 지식서비스산업을 집중 육성한다.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한정화=여성벤처인은 감성적이라는 측면에서 지식서비스산업에 적합하다. 이 분야에서 여성창업을 유도하기 위해 ‘퀴즈왕대회’와 같은 경진대회가 효과적일 것이다. 차세대 기업을 육성하고 여성기업의 기반을 넓히는 데 좋은 역할을 할 것이다.
◇사회=이번에는 네트워킹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여성벤처기업의 경영에서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가 네트워크를 넓히는 것이다. 좋은 제안을 부탁한다.
◇배희숙=여성의 약한 네트워킹을 개선하기 위해 ‘만나고 싶었습니다’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이 프로그램은 여성도 음주 없이 네트워킹을 확대할 수 있어 긍정적이다. 그러나 여전히 개선해야 할 면이 많이 있다. 만약 정부 지원이 가능하다면 맞춤형 네트워킹 공간을 만들고 싶다. 이곳에서 이번주는 지식서비스, 다음주는 통신 분야 등 수시로 네트워킹이 이뤄지도록 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의 관심이 필요하다.
◇박희선=‘만나고 싶었습니다’의 호응도는 매우 좋다. 계속 확산해야 한다. 솔직히 혼자 정부기관의 문을 두드리는 것은 힘들다. 하지만 함께 만나니 훨씬 편하게 접근할 수 있다. 협회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배희숙=이와 관련해 한가지 제안을 한다면 독일에는 여성정책관 제도가 있다. 여성기업이 방문을 했을 때 전담하기 위한 것이다. 우리도 참고해야 한다.
◇한정화=최근에는 문화·펀(fun)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한 남성기업은 영화 표를 단체로 구매해 협력사와 함께 영화를 보며 네트워킹을 확대하고 있다. 펀과 문화를 통해 네트워킹을 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드는 것도 좋을 것이다.
◇주현=네트워킹 개념은 포괄적이다. 유사업종끼리 공동 프로젝트도 네트워킹이다. 업종 간에 내적인 유대를 통해 서로 얻을 수 있는 것이 많다. 수출 경험이 있는 기업은 그렇지 않은 기업에 수출 관련 다양한 정보를 줄 수 있을 것이고, 정책자금을 활용해본 기업은 그렇지 않은 기업에 어떻게 이용하는지 등 다양한 노하우를 전수할 수 있다.
◇사회=좋은 제안이 많이 나왔다. 오늘 주제발표 외에 여성벤처업계에 대한 제안을 해보자.
◇한정화=여성벤처에 대한 인식이 너무 낮다. 너무 알려지지 않았다.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사례 개발이 필요하다. 여성벤처 성공 스토리를 만들어 알려야 한다. 이번 미국 대선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 사례처럼 자신들의 얘기를 거침없이 해 공감을 얻도록 해야 한다.
◇주현=지난주가 기업가 정신 주간이었다. 여성벤처야말로 기업가 정신의 화신이라고 생각한다. 여성벤처업계가 우리나라 기업가 정신을 확대하는 모범적인 사례를 보여주기 바란다.
◇배희숙=여성인력을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따라 국가경쟁력이 달라질 수 있다. 협회가 허브 역할로 맞춤형 지원 프로그램을 펼쳐 여성벤처가 성공할 수 있도록 하겠다.
◇사회=오늘 제안에 대해 정부가 정책적으로 적극 반영한다면 분명 여성 벤처가 도약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정리=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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