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로 얼어붙은 기업공개(IPO) 시장에 상장을 감행한 ‘간 큰’ 기업들이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6일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상장한 기업은 총 39개사로 지난해 같은 기간 56개사에 비해 70% 수준에 불과하다. 상장을 철회한 기업도 11개사나 된다.
주가가 900선까지 깨졌던 지난 10월 이후에는 부웍스, 신텍, 흥국, 해덕선기, 서암기계공업 등 5개사가 무더기로 상장을 철회했다. 신규 상장한 새내기주들의 실적도 초라하다. 올해 상장한 전체기업 중 주가가 공모가를 상회하는 기업은 엔케이, LG이노텍, 삼강엠앤티 단 3곳에 불과하다.
◇자본조달 외에도 상장 이점 많다=글로벌 금융위기로 주식시장이 본격적으로 하락하기 시작한 8월 이후 상장을 계획대로 진행한 기업은 코스닥시장 7개사다. 코스피시장은 올 들어 10개사가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했지만 상장한 기업은 아직 없다.
사이버다임, 이크레더블, 심팩에이앤씨 등 코스닥기업 3개는 주식시장이 패닉에 빠진 10월 중 상장을 감행한 ‘간 큰’ 회사다. 이들 기업이 상장을 감행한 이유는 자본조달보다는 여러 가지 다른 상장에 따른 이점 때문이다. 상장을 통해 좋은 인재를 채용할 수 있고, 해외 거래처와 계약할 때 교섭력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이다.
최오진 자원메디칼 사장은 “양질의 인력들은 비상장기업에 취직하는 것을 꺼린다”며 “우리는 자본조달이라는 이점을 과감히 버리고 회사의 미래를 위해 좋은 인재채용이라는 부분을 택했다”고 말했다.
상장은 해외시장을 주력으로 하는 기업에게 상당한 이점으로 작용한다. 허몽도 세운메디칼 상무는 “최근 상장을 진행한 기업들은 현금흐름이 좋은 편이라 IPO를 통한 자본조달보다는 나중 실적으로 평가받겠다는 생각이 큰 것 같다”면서 “해외 바이어들은 상장한 기업은 재무구조 등이 검증됐기 때문에 높은 신뢰도를 주는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해외업체와 계약을 맺을 때 상장기업이 유리한 면이 굉장히 많다”고 덧붙였다.
◇거품 빠지면서 새내기주 매력 부각, 기관 관심은 아직=약세장이 계속되면서 새내기주들의 매력이 조금씩 부각되고 있다. 공모가 등에서 거품이 제거됐고, 증시에서도 상당히 저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사업 영역에서 독보적 위치에 있고, 성장성과 수익성을 겸비한 새내기 종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김영근 한화증권 연구원은 “시장 상황이 개선될 경우 새내기주들의 저평가 메리트가 부각돼 초과수익 시현이 가능하다”며 성장성과 수익성을 겸비한 엔케이, 고영, 비유와상징, 슈프리마 등의 종목을 유망주로 꼽았다.
새내기주들의 매력이 높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IPO시장의 큰손인 기관들은 아직 새내기주 인수에 미온적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IPO기업들의 공모가 수준이 굉장히 매력적인 것은 사실”이라면서 “다만 아직 경제 전반적인 불확실성으로 인해 위험요인이 남아있는 한 IPO시장 큰손들이 움직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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