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합리성의 심리학
스튜어트 서덜랜드 지음, 이세진 옮김, 교양인 펴냄.
인간은 지구상의 동물 중에서 가장 이성적이고 합리적이다. 인간을 ‘이성적 동물’로 정의한 아리스토텔레스를 비롯해 예나 지금이나 모든 사람이 그렇게 믿고 있다. 우리가 잘 아는 데카르트도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는 명언을 통해 인간은 이성적인 존재며, 또 그러한 존재가 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정말 인간이 이성적이고 합리적이기에 이 같은 주장이 나왔는지 아니면 늘 이성과 합리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이성을 강조했는지 인과성을 찾기란 쉽지 않다.
생전에 영국의 대표적인 실험심리학자였던 이 책의 저자는 후자가 분명하다고 진단한다. 심지어는 명확한 이성적 판단력이 요구되는 의사, 판사, 군 수뇌부 등 신을 대신해 생명을 다루거나 신체의 구속여부를 최종 결정해야 하는 집단마저 비합리적인 오류를 쉽게 범한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똑똑한 인간들이 왜 어리석은 행동을 하고,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반복하는지에 대해 100가지 심리실험을 동원했다. 이로써 인간이야말로 비합리적인 동물이라고 질타한다.
답안지의 첫 문장이 성적을 좌우하고, 두려움은 쉽게 주변 사람에게로 전파되며, 누군가 위기에 처했을 때 구경꾼이 많으면 모두가 ‘나 아닌 다른 누군가가 도와주겠지’라는 생각을 하기 때문에 더 나쁜 결과를 초래한다고 각종 실험에서 입증해 보인다. 사실 집단은 개인보다 더 극단적인 때가 많다. 말이 친선경기지 오히려 적대감을 키우는 일이 허다하고, 금지할수록 더욱 원하게 되는 인간 심리를 행동분석학으로 풀어낸다.
이 같은 합리성으로 포장된 인간의 비합리성을 인상, 복종, 순응, 집단, 일관성, 보상과 처벌, 욕구와 정서, 의학적 오류, 직관, 초자연적 믿음 등으로 분류해 신랄하게 꼬집는다. 독자는 인간의 비합리성을 지적한 이 책을 통해 역으로 합리적 성향을 갖게 될 수도 있다. 1만7800원.
최정훈기자 jhchoi@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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