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선기획] 미국은 변화와 손을 잡았다

오바마, 매케인 후보에 압승…44대 대통령 당선

Photo Image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이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를 제치고 제44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됐다. 사상 첫 흑인 대통령이다. 당선을 확정한 4일 밤(현지시각), 일리노이주 시카고의 그랜트공원에서 열린 승리 축하집회에서 오바마 당선인이 연설을 위해 단상을 오르며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미국은 오바마를 선택했다.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는 4일(현지시각) 실시된 대통령 선거에서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에 압승을 거둬 제44대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국내 전자·IT 업계는 새로운 대통령 선출로 금융 위기의 진원지이자 세계 최대 경제 규모를 자랑하는 미국의 정책·경제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부진했던 수출에 다소 숨통이 트일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오바마 당선이 확정된 5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28.15포인트(2.44%) 오른 1181.5로, 코스닥지수도 5.36포인트(1.6%) 오른 340.85로 껑충 뛰어올랐다.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도 전날보다 달러당 22.00원 급락한 1266.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그러나 오바마의 경제 정책 기조가 보호 무역 쪽에 맞춰져 있어 반도체 등 반덤핑 문제가 다시 거론되는 등 한미 경제 마찰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의 시각도 나왔다.

 관련기사 4·5·18면

 오바마 후보는 선거인단 집계 결과, 5일 오전 4시(한국시간 5일 오후 6시) 현재 캘리포니아, 오하이오 등에서 선거인단 338명을 확보해 163명을 얻는데 그친 매케인을 압도적인 차이로 따돌리고 대통령 당선을 확정했다. 오바마 후보는 초반 매케인 후보와 버지니아·미주리·오하이오주 등지에서 접전을 벌였지만 개표 종반 뒷심을 발휘해 역전을 이끌어냄으로써 최대 선거인단 55명이 걸린 캘리포니아주의 개표 결과와 관계없이 승리했다. 특히 지난 2004년 민주당 존 케리 당시 후보가 고배를 마셨던 오하이오·아이오와·뉴멕시코·버지니아주 등에서 승리, 대승을 예고했다. 이로써 오바마 후보는 현역 상원의원으로서 워런 하딩, 존 F 케네디 이후 사상 세 번째로 백악관으로 직행하는 기록을 세웠다. 오바마는 대공황 이후 최악으로 불리는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이라크 전쟁과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해결해야 하는 등 국내외적인 도전과제를 안고 내년 1월 20일 취임한다.

 전기전자 업계는 오바마 정부가 시급한 실물 경제 부양을 위해 일자리 창출과 산업 지원에 나서면 수요가 확대되는 기회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 전력시설 확충에 따라 전력 기자재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했다. 오바마 당선인은 인프라 확충을 통한 일자리 창출을 강조하면서 전미 지역에 차세대 초고속 정보통신망을 설치하겠다고 공약했다.

 특히, 대미 수출 비중이 큰 삼성전자·LG전자는 ‘미국발 훈풍’에 초점을 맞춰 수출 전략을 다시 짜고 있다. 삼성전자는 현지 법인 인력을 완전 가동해 실시간으로 현지 상황을 예의 주시하며 대선 이후 이어질 연말 특수에 초점을 맞춰 마케팅과 프로모션 전략을 검토 중이다. 삼성 측은 “일단 미국 시장 분위기가 심리적으로 안정되고 경기 부양책을 쓰면서 금융 위기로 위축됐던 미국 경기가 활기를 띨 것”으로 내다봤다. LG전자도 오바마 대통령 당선에 호재와 악재 모두 공존하지만 수출 기업에는 긍정적인 신호인 것이 사실이며 이런 기조에서 대응책을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LG전자 측은 “법무와 통상 전문 인력을 중심으로 미국 정권 교체 이후에 예상되는 수요와 소비 변화, 다양한 형태의 통상 관계 변화 등을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 경제가 대선을 계기로 신속하게 금융시스템을 복구하고 체력을 회복하면서 한국은 물론이고 세계 경제가 바닥을 치고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재발 가능성이 낮지만 반덤핑과 같은 보호무역주의로 인해 우리 전자업체가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나왔다. 시간이 흐를수록 정책 색깔이 뚜렷해지면서 한미 자유무역협정 (FTA) 재협상론이 힘을 받는 것은 물론이고 과거만큼은 아니겠지만 보호주의무역 성향이 제한적으로나마 고개를 들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다. 전자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오바마의 정책 색깔이 보호무역주의 쪽으로 기울어 변수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한국산 부품 등의 수입 의존도가 큰 상황에서 급격한 변화는 힘들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최정훈·강병준기자 jhchoi@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