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선기획] 대선이후 한미 FTA 전망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이 5일 미국 44대 대통령으로 당선됨에 따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새로운 통상관계 조정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우리 정부는 금융 질서 재편 과정에 대한 대응, 한미 FTA 의회 비준 문제, 오바마 정부의 북한과 직접 대화에 따른 남북 경협 문제 등이 산적해 있다. 여기에 오바마 당선인의 적극적인 시장 개입과 강력한 규제 정책, 중산층 중심의 경기 부양책 등이 예고돼 있어 이의 대비책도 준비해야 한다. 향후 1년간 우리나라는 미국의 통상정책 변화에 따른 협력과 이익을 놓고 줄타기를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의 등장으로 난항이 예상되는 부문은 ‘한미 FTA’다. 오바마는 한미 FTA를 놓고 자동차와 가전 부문에서 불리하게 타결됐다며 재협상을 주장해왔다. 우려할 만한 상황은 과거 민주당 전매특허였던 보호무역주의 재현이다.

 이번 미 대선과 맞물려 진행된 의회 선거에서 보호무역주의 성향의 민주당 의원들이 상·하원에 대거 포진하게 돼 자동차·가전 제품 등 특정 품목에 통상 압력이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은 이번 선거에 걸린 상원 35석 중 대부분을 차지, 공화당의 의사진행방해(필리버스터)를 저지할 수 있는 매직 넘버 60석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하원 역시 민주당이 반수를 훨씬 넘어서 있다. 한미 FTA 협상 비준은 진통을 겪을 수밖에 없다.

 오바마는 자신에게 몰표를 준 중산층과 흑인 등 유색인종은 물론이고 중산층의 고용 안정을 해칠 수 있다는 시각에서 한국의 자동차와 가전제품 수출에 통상 압력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청와대 측은 부시 대통령 잔여 임기 동안 한미 FTA 의회 비준을 통과시키려 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도 지난 8월 방한에서 ‘대선 이후 한 달간의 공백 기간에 의회 비준을 처리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여기에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이다.

 물론 쉽지 않을 전망이다. 미국발 금융 위기를 몰고 왔다는 비판을 받는 부시 정부로서는 압도적 표 차이로 당선된 오바마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 오바마 당선으로 부시 대통령의 레임덕도 가속화될 수밖에 없어 의회가 부시 대통령 뜻대로 비준에 동의할지 의문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한 달 정도의 레임덕 세션에 통과시킬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면서 재협상 요구에 관해 “재협상은 고려하지 않고 있으며 추가 협상이나 보완은 그 다음 문제”라고 밝혔다.

 하지만 오바마 당선인 측에서는 한미 FTA 문제가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오바마는 금융 위기 확산 메커니즘을 끊고 ‘미국을 위기에서 살린 경제 대통령’으로 자리 잡는 게 가장 중요한 과제기 때문이다.

 FTA 문제는 이달 15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리는 G20에서 첫 가닥이 잡힐 예정이다. 우리 정부와 차기 미국 정부 싱크탱크들이 만나 브레턴우즈 체제 개편 과정의 논의와 한미 FTA에 대한 조율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청와대 측은 바이든 부통령 당선자와 브루킹스연구소 등을 통해 이 대통령과 오바마 당선인 측의 만남을 시도하고 있다.

 김상룡기자 srki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