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미국 대통령선거가 남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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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44대 대통령을 선출하는 미국 대선이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의 압승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미국인은 인종을 떠나 ‘변화(Change)’를 선택하며 미 건국 232년 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을 기꺼이 받아들였다.

 오바마 당선인은 당선이 확정된 직후 “미국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우리 앞에는 가파른 길이 놓여 있다”며 위기극복을 위한 전 국민의 단합을 주문했다. 뒷이야기로 이번 대선의 가장 큰 조력자는 조지 부시 현 대통령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그가 전 세계를 뒤흔들 만한 경제위기를 초래하지 않았더라면 8년간의 공화당 집권이 막을 내리지 않을 수도 있었다는 얘기다.

 그런 점에서 우리나라의 정권교체 과정과도 매우 닮았다. 지금의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것도 참여정부의 실정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다. 오바마가 인터넷을 활용해 역대 대통령 후보 가운데 가장 많은 선거자금을 모았고, 여론몰이에 성공한 것도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과 닮은 꼴이다. 당시 우리나라 지지자들이 저금통을 털어 힘을 보탰던 것처럼 변화를 소망하는 미국의 오바마 지지자들도 5달러, 10달러씩의 기부금을 모아 엄청난 선거자금을 마련해줬으니 말이다. 또 사상 최악의 경제 위기 상황에서 ‘변화’를 일으켜야만 하는 처지는 우리의 이명박 정부와 다르지 않다.

 오바마 당선인을 보며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의 모습을 떠올리게 되는 이유다. 분명 다른 점은 있다. 바로 투표율이다. 지난해 12월 19일에 치러진 우리나라 제17대 대선 투표율은 역대 대선 중 최저를 기록했으나 이번 미 대선은 사상 최고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정치인에 대한 실망감으로 투표율이 갈수록 바닥을 기는 우리로선 부럽지 않을 수 없다.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온다. 변화와 개혁의 성공 여부도 국민의 이해와 참여에 달려 있다.

 오바마의 당선으로 한미 FTA나 남북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고민하는 것 이상으로 국민의 단합을 어떻게 이끌어 낼 수 있는지에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할 때다.

  최정훈기자 jhchoi@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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