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 코리아](4)항공우주산업 활성화- 전문가 5인에게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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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소득은 얼마 안 되지만 우주 분야에서만큼은 유독 강국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는 인도가 지난달 달 탐사위성 찬드라얀 1호를 사티시 다완 우주센터에서 성공적으로 발사했다. 인도는 항공기 부문에서도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인도 항공기 조립업체 ‘HAL’이 현재 군사용 헬기 조립에 착수했다. 중국은 지난 9월 유인우주선 ‘선저우 7호’를 발사했다. 이 같은 인도와 중국의 항공우주 분야 성장세는 국민소득 수준으로는 이해되지 않는다. 항공우주 분야가 국력을 나타내는 상징처럼 돼 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나 유럽 등도 발사체와 위성, 항공 부문의 산업이 국가방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전략 품목이라는 이유로 더 이상 넘겨주지 않는다. 이에 산·학·연·관 전문가 5인의 인터뷰를 거쳐 우리 나라 항공우주산업의 활성화 방안 및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정리한다.

◇류정주 항공우주학회장(항우연 선임연구부장)=우주산업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민관합작투자(PPP)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지적을 내놨다.

류 회장은 “우주산업의 경쟁력이 다소 부족한 이유는 단위 생산량 부족이 원인”이라며 “발사체와 위성은 연구개발 그 자체가 양산작업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PPP회사 설립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는 기업이 위성 하나를 만들고, 다음 것을 만들기 위해 인력과 자본을 투자한 상태에서 마냥 기다려야 합니다. 이러한 사업의 불연속성 문제를 해결하기 전에는 산업적인 발전이 이루어지기 어려울 것입니다.”

류 회장은 미국이나 일본의 예를 들며 항공산업에 관해서도 한마디했다. 우주 분야처럼 출연연구기관이 산업체 지원시스템을 갖추자는 것.

류 회장은 “군수용에서 시작된 항공 산업도 F16 이후 이렇다 할 후속 개발 프로그램이 눈에 안 들어온다”며 “이러한 개발 단절(갭)을 메우기 위해서라도 민수 부문이 활발할 수 있도록 정부의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방효충 KAIST 항공우주공학과 교수=위성 개발의 다양성과 투자 대비 효율을 높이자는 것이 방 교수가 바라보는 항공우주산업 활성화에 관한 두 가지 키워드다.

방 교수는 “대형 위성을 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라, 공존을 거쳐 다양한 산업화의 길을 찾아야 한다”며 “현재는 시야가 한쪽에 치우쳐 있다”고 지적했다.

우주영역이 광범위한만큼 선진국처럼 기술개발의 스펙트럼을 다양하게 가져가야 한다는 것이다. 제작비가 저렴한 것부터 비싼 것까지, 저렴한 것은 위성의 산업적인 저변 확대에 특히 유리할 것으로 내다봤다.

“나로우주센터에서 과학기술위성을 쏠 때 1∼20㎏짜리 서너개는 더 붙여 올릴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세계시장에서 우리 나라가 초소형 위성국으로 브랜드화되면 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의 리치마켓을 선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는 벤처영역으로 틈새 산업 활성화가 이루어지는 계기를 만들 것입니다.”

방 교수는 “초소형 위성과 관련한 기술 수준은 일본에 비해 5년가량 뒤져 있지만 따라잡는 것은 어렵지 않다”며 “틈새시장이라고 할 수 있는 초소형 위성 시장에 주목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허남용 지식경제부 기계항공시스템과장=허 과장은 정부가 항공기 산업에 관심을 갖고 있는 이유부터 설명했다. 세계 시장을 들여다보면 기계가 4%고, 이 가운데 0.5%가 항공 분야라며 항공 분야가 기계산업의 50분의 1도 안 되지만 기술적인 파급효과는 34조원이나 된다고 말했다.

미국만 보더라도 정부가 엄청나게 지원한다는 말로 항공산업의 중요성과 장애 요인을 거론했다.

“우리나라 항공산업의 장애 요인은 80%나 되는 군수 의존도입니다. 유럽의 A350이나 미국의 B787 개발에 일부 업체가 참여하고 있지만 아직은 새발의 피에 불과합니다. 앞으로 그들의 신뢰를 끌어내 주체적인 기술개발 참여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허 과장은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항공기 투자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날개와 엔진을 제외한 나머지 제작 기술은 선진국 수준에 육박했다는 것.

허 과장이 제시한 항공산업 활성화 방안은 리스크 분담이다. 중국의 항공기가 팔리지 않는 것은 바로 안전성 때문이라며 안전성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해외 메이저와 기술공동개발 전략으로 리스크를 분담해야 할 것으로 내다봤다.

허 과장은 “대형기의 부품 개발산업의 리스크 셰어링을 통해 질적 고도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며 “기술 측면에서 보완하면 군용기 사업을 개발할 때 옵션으로 설계나 소재를 민간 부문으로 돌리는 것도 고민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이대열 국방과학연구소 항공체계개발단장=우리나라 항공산업의 시초인 지난 88년 KT-1 기본 훈련기 개발부터 20년간 항공 부문에서 일해온 이 단장의 관련 산업 활성화 방안의 핵심은 ‘단계론’이다.

이 단장은 “항공기 산업은 점프가 없다”며 “항공기 기술을 개발할 인력이 어느 정도 형성돼 있기 때문에 과감한 예산 투자를 통해 차세대한국형전투기(보라매) 개발로 밀고 갈 때”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가 기본 훈련기를 거쳐 고등 훈련기와 차세대 헬기 사업인 KHP까지 단계를 밟아왔기에 어느 정도 기술적인 성숙도는 이루어진 셈이라는 것. 이를 기반으로 전투기 분야로 개발 목표를 서서히 옮긴다면 항공기 생산의 자립화도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라는 의견이다.

“선진국이 100년 걸리는 일을 우리는 30년 만에 따라잡았습니다. 세계 열 두 번째 초음속기를 우리가 만든 예를 들지 않더라도 우리나라의 강점인 IT와 전자기술 등을 접목한다면 선진국 수준으로 올라가는 것이 그리 어렵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항공산업은 항공기가 한번 제작되면 30년 이상 써야 한다는 운영유지 측면에서 R&D가 고려돼야 한다”는 이 단장은 “기본기-고등기-KHP-전투기·무인기 등으로 연계되는 의사결정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성동 쎄트렉아이 대표=우주 분야의 산업화가 어려운 이유를 놓고 박 사장은 “반도체나 조선, 자동차, 디스플레이 등의 산업은 시장 수요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반면에 항공우주 분야는 시장보다 국가적 필요에 의해 연구개발 형태로 상품화가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민간기업만으로는 수익성 창출에 한계가 있다는 것. 특히 항공우주연구원이 전체 시스템을 총괄하기 때문에 위성을 제작하는 업체 시각에서 보면 역할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을 들어 미국처럼 우주 개발의 민간이양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박 사장은 “우주분야 산업의 활성화를 위해선 국내의 충분한 시장 규모가 선결돼야 한다”며 “민간 측에서 보면 정부의 사업 발주만 기다리고 있을 수 없기에 팔리는 물건을 만들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박 사장은 “우리나라 위성 관련 예산이 연간 3000억∼4000억원이지만 출연연구기관과 민간이 구분돼 있는 상황에서 매출 간 단락이 발생하는 구조적인 문제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인력이나 시설 운영비 보전이 안 되기에 정부정책 방향도 산업체 육성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맞춰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우리 위성을 산 사람은 우리의 잠재 고객이 될 것입니다. 또 시장 규모를 자동차의 예로 들어 보면 타이어 제작업체보다 자동차 전체 조립 생산 판매하는 업체가 매출과 수익 면에서 훨씬 크듯 위성 부문도 마찬가지입니다. 따라서 우리도 이젠 전체를 만들어 팔아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보면 다목적 실용위성은 정부가 예산을 집행하기 때문에 우리나라 쪽에서 보면 업체가 상당히 유리한 구조입니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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