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스마트폰의 `경우의 수`

 지난달 21일 대만에서 막을 내린 인텔개발자포럼에서 셰인 월 인텔 울트라모빌리티그룹 부사장은 ‘인터넷 적합성’이라는 테스트에서 ARM의 솔루션이 시각적으로 아톰보다 열등한 것처럼 비교했다. ARM은 자사 솔루션의 성능과 칩 호환성, 애플리케이션 개발 노력 등을 대중적인 자리에서 소개하는 일이 거의 없기 때문에 인텔 주장이 사실인지 직접 검증할 길은 없다.

 월 부사장은 테스트 후 가진 인터뷰에서 한발 더 나아가 애플의 아이폰이 풀브라우징을 하기에 부적합하다고 말했다. 주요 고객사 중 하나인 애플의 주요 제품까지 끌어들여 인텔 기술의 우수성 알리기에 열을 올린 것이다. 며칠 후 아난드 챈드라세커 인텔 울트라 모빌리티 그룹 총괄매니저가 이 발언을 공개 사과하면서 사태는 일단락됐다. 인텔의 공격적 발언은 차세대 MID용 칩인 ‘무어스타운’ 등의 칩을 스마트폰용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인텔은 아직 스마트폰 분야의 칩을 생산하지 않는다. 그러나 스마트폰용 칩 생산을 앞두고 시장의 관심을 끌기 위해 현재 인기를 끌고 있는 아이폰의 성능을 폄하한 것이다. 시장의 관심을 유발하려는 의도된 각본에 따라 일이 진행됐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스마트폰 관련 시장에 인텔이라는 공룡이 발을 내디딜 것이라는 예상은 이 사건으로 인해 더 확실해졌다. 스마트폰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업체는 비단 단말기 업체나 이통사뿐만이 아니다. 각자 배경을 살려 스마트폰 관련 시장으로 진출한 기업에는 세계 유명 PC 업체, 세계 최대의 인터넷 업체, 플랫폼 개발에 참여하는 소프트웨어 업체도 있다. 여기에 세계 최대의 반도체업체인 인텔마저 칩을 무기로 이 시장에 입성을 예고했다.

 단말기 시장에서 스마트폰의 비중 증가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IT 관련 업체의 눈과 귀가 ‘스마트폰의 진화’에 쏠려 있는 지금, 우리나라 휴대폰 업체가 생각해야 할 경우의 수는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다.

  이동인기자 di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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