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나소닉, 산요전기 `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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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파나소닉과 산요전기 수뇌부가 산요전기를 파나소닉의 자회사로 한다는 데 원칙적으로 합의, 연 매출 11조엔 규모의 일본 최대 전자업체가 탄생하게 됐다.

 오쓰보 후미오 파나소닉 사장과 사노 세이이치로 산요전기 사장은 지난 주말 만나 기업 인수합병(M&A)에 원칙적으로 합의했으며, 이르면 오는 7일 이사회를 열어 합의 사실을 공식화할 예정이다. 세계 최대의 플라즈마TV 생산업체인 파나소닉이 세계 수위의 충전지 생산업체인 산요전기를 인수할 경우, 연 매출액 11조엔이 넘는 일본 최대 전기전자 업체로 거듭나게 된다. 지난해 기준으로 연 매출 10조엔을 넘는 일본 전자업체는 히타치제작소가 유일했다.

 파나소닉은 주식공개매수를 통해 산요전기 주식 과반수를 사들여 내년 4월 이전에 자회사로 편입할 계획이다. 이의 일환으로 4일부터 산요전기 주식의 70%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미쓰이스미토모은행, 다이와증권SMBC, 골드만삭스 등과 구체적인 협의에 들어간다. 이들 금융 3사가 보유한 산요전기 주식은 총 4억3000만주로, 이를 시장가격으로 환산하면 6200억엔에 달한다.

 파나소닉은 산요전기 측과의 합의를 통해 관계사를 포함한 산요 종업원 약 10만명의 고용유지와 산요의 회사명 및 브랜드명 유지, 현재 경영체제 유지 등을 보장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3월 결산법인인 두 회사의 2009년 3월말 예상치로 볼 때 파나소닉과 산요의 합산 매출액은 약 11조2200억엔에 달해 기존 일본 최대 전자업체인 히타치제작소의 예상매출액 10조9000엔을 훌쩍 뛰어넘게 된다.

 

 <뉴스의 눈>

 파나소닉과 산요전기의 인수합병 움직임은 지난 4월부터 포착됐다. <본지 4월 29일자 14면 참조> 당시 장기적인 경영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산요전기는 회사 재건을 위해 자본 및 업무 제휴 방식으로 파나소닉(구 마쓰시타전기)에 손을 내밀었다. 결국 장고(長考) 끝에 파나소닉은 단순 제휴방식이 아닌 M&A로 화답했다. 파나소닉은 산요전기의 강점인 전지 사업을 흡수함으로써 중장기 슬로건으로 내걸었던 ‘10년 내 세계 최대 전자업체 등극’ 목표를 조기에 실현할 수 있다고 봤다.

 우선 리튬이온 전지 부문은 당장의 효과를 볼 수 있는 튼실한 사업이다. 휴대폰, 노트북PC 등 디지털 모바일기기의 보급 확산과 하이브리드 자동차용 수요 확대에 힘입어 높은 성장세를 기록 중인 리튬이온 전지 분야에서 세계 시장 상위권에 올라선 파나소닉과 세계 1위 업체인 산요전기가 힘을 모을 경우 당장 세계 최강의 파워를 구사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또 다른 하나가 태양전지다. 산요전기는 샤프 등을 잇는 유력 메이커로, 세계 최고의 태양광 변환 효율 기록을 가진 ‘HIT 태양전지’ 생산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수소 연료전지 사업에 발을 담그고 있지만 태양전지 부문에선 손을 놓고 있는 회사 입장에선 놓칠 수 없는 아이템이다.

 파나소닉의 창업자와 산요전기의 창업자는 이미 고인이 됐지만 친척관계에 있다는 점도 이번 M&A 논의에 크게 작용했다. 파나소닉의 전신 마쓰시타전기의 창업자 마쓰시타 고노스케와 산요전기의 창업자 이우에 도시오는 처남매부 지간이다. 도시오가 고노스케의 창업을 도왔고, 훗날 독립해 산요전기를 세운 역사가 있다. 파나소닉이 이번 협상에서 산요전기의 인력 10여만명을 고스란히 승계하기로 한 것과 경영권 및 브랜드를 유지키로 하는 등의 파격적인 조건을 수용한 것도 이 같은 역사적 배경이 작용했다.

 이번 M&A가 성사될 경우 파나소닉은 지난해 기준 단순 합산 매출액이 11조867억엔으로, 일본 내 1위 업체인 히타치제작소(작년 매출 11조2000억엔)엔 다소 못미친다. 하지만 내년 3월 마감되는 각사의 매출목표를 기준으로 하면 히타치제작소의 매출 10조9000억엔에 비해 양사의 합산 매출은 11조2200억엔에 달해 선두가 뒤바뀔 뿐만 아니라 뒤를 쫓아오던 소니(지난해 매출 8조8714억엔, 순이익 3694억엔)도 큰 격차로 따돌릴 수 있게 된다.

  최정훈기자 jhchoi@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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