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능성게임,신천지를 열다](2부)③유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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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랙티브 트라우마 트레이너’나 ‘토네이도 F3 트레이너’ 등 영국 정부는 세계 최고 수준의 군사용 기능성게임을 만들어냈다.

‘푸드 포스’는 세계에서 가장 인기를 끈 기능성게임의 대표작이다. 기아 해결과 인류애를 게임이라는 도구를 활용,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유럽은 게임 업체가 많지 않다. 반면에 사회 각 분야의 학문적 성찰이 깊다. 기능성게임 분야에서도 유럽은 민간의 성과보다는 정부 주도의 사업 결과물이 주류를 이룬다. 특히 교육이나 군사 분야의 기능성게임은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자연스럽게 기능성게임을 향한 민간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독일 유력신문인 슈피겔지가 최근 보도에서 “기능성게임이 아직까지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지만, 앞으로 무한한 블루오션이 될 것”으로 예상할 정도다.

 ◇메이드인 유럽 히트작 ‘푸드 포스’=유럽에서 나온 기능성게임 중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 평가받는 작품은 영국과 이탈리아 게임 업체가 공동으로 만든 ‘푸드 포스’다.

 수백만명이 기아에 허덕이고 있는 인도양의 가공의 섬을 무대로, 식량 부족 사태를 해결하는 게 임무다. 이 게임은 세계식량기구(WFP)가 무료로 배포하고 있다. 유럽이나 북미 지역은 물론이고 일본까지 자국어로 이 게임을 보급할 정도로 교육성을 인정받고 있다.

 이 게임에선 굶주린 사람들을 찾아내는 작업부터 식량 배분과 조달까지 WFP 업무를 모의 체험한다. 말이나 영상만으로는 전하기 힘든 후진국의 실태가 피부에 닿도록 했다. 대상 연령은 8∼13세로, 2005년 10월 배포 이래 다운로드 건수가 300만건이 넘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최근 유럽 시장에 나온 ‘피스메이커’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문제를 다뤘다. 반세기를 넘긴 분쟁의 역사를 파악하고, 왜 그들이 싸워야 하는지 자연스럽게 깨닫게 하는 게 게임의 목표다.

 이용자는 이스라엘의 총리나 팔레스타인 대통령 중 한 명을 택한다. 국가 내부의 정치 단체와 요르단, 이집트, 아랍에미리트연합(UAE), EU, 미국, UN 등 전 세계의 눈치를 봐가며 보안·외교·기반산업 분야에서 각각 가장 적합한 정치적 선택을 내려야 한다.

 모든 선택엔 테러·시민들의 반발·자금지원 차단 등의 대가가 따른다. 끊임없는 선택의 기로에서, 게이머는 최대한 신중하게 갈 길을 선택해야 한다.

 ◇영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군사용 기능성게임 산실=국가 주도의 기능성게임 개발의 대표적인 사례는 영국이다. 영국 정부는 특히 군사용 기능성게임 분야가 강하다.

 영국 국방부는 ‘인터랙티브 트라우마 트레이너’라는 기능성게임을 이용해 군인들에게 부상 시 긴급 대처법을 교육하고 있다. 이 게임은 적에게 공격을 받거나 예기치 못한 사고로 인해 입은 부상을 종류별로 정리하고 적당한 의료 조치를 취하는 방법을 게임으로 보여준다.

 ‘토네이도 F3 트레이너’도 영국 국방부가 만든 기능성게임이다. 이 게임은 영국 공군의 주력 전투기 중 하나인 토네이도 F3의 정비를 배울 수 있는 게임이다. 이용자가 센서가 달린 장갑을 끼고 정비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면 적절한지를 게임이 판단, 숙련도를 높이도록 도와준다.

 이 밖에 사격술 기능성게임인 ‘미니건 트레이너’도 영국 국방부가 만든 군사용 기능성게임으로 유명하다.

 우탁 카이스트 엔터테인먼트공학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정부가 기능성게임을 주도하고 있지만 민간 영역에서도 최근 언어 교육용 게임 개발 성과가 나오는 등 저변이 점차 확대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독일은 정부가 정치 분야의 기능성게임을 개발했다. 독일민간교육연구센터(BPB)는 올해 프랑크푸르트 도서대전에서 ‘천재 권력가’란 게임을 공개했다.

 정치인 캐릭터 중 하나를 골라 선거 캠페인을 벌이고, 당선된 후 공약을 얼마나 지키는지에 따라 게임의 승패가 갈린다. 게임을 통해 ‘성숙한 유권자’를 길러낸다는 목적이다.

 장동준기자 djjang@

◆ 英 초등학교 음악교육 `그루비 뮤직`

 유럽 지역의 기능성게임은 주로 정부 주도로 만들어지지만 민간 영역의 성과도 가시화되고 있다. 그중 ‘그루비 뮤직’은 영국 런던에 있는 시벨리우스 소프트웨어가 개발한 초등 음악 교육 게임이다.

 만 5∼11세를 대상으로 만들어진 이 게임은 부모님이나 교사가 쉽게 초등 음악 교육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게임에서 주어진 임무를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음정이나 박자 등 음악의 기본을 익힐 수 있다.

 이 게임은 사용자의 나이에 따라 3단계로 나뉘어 있다. 5∼7세가 즐길 수 있는 ‘그루비 셰이프’는 기본 적인 음악의 컨셉트를 이해하도록 하는 데 목적을 두고 제작됐다.

 7∼9세를 위한 ‘그루비 정글’은 악보를 보는 기초 지식을 가르치고 미디를 이용한 작곡까지 시도하도록 구성됐다. 9∼11세용 ‘그루비 시티’는 악보 편집과 발전된 청음 교육과 악기 음색 구분 등 앞선 단계보다 발전된 단계의 음악 교육을 하기에 적합하도록 만들어졌다.

 시벨리우스 소프트웨어는 이 게임이 500명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연구해 만들었고, 현재 세계적으로 1000개가 넘는 학교에서 이 프로그램을 이용해 초등 음악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동인 기자 dilee@

◆스페인 기능성게임 콘퍼런스 참관기

 지난 16일부터 17일까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제2차 유럽 게임기반 학습 콘퍼런스’가 열렸다. 유럽 각국의 기능성게임 연구자들이 참여한 이 행사는 크게 두 가지 방향에서 진행됐다.

 하나는 다양한 학습에 맞는 기능성게임을 효과적으로 설계하는 방법에 대한 섹션이고, 다른 하나는 3D 다중접속온라인롤플레잉게임(MMORPG)에서부터 모바일 게임 등 다양한 장르의 게임을 실제로 학습자에게 적용한 실험결과를 발표하는 섹션이었다.

 이 가운데 특히 기억에 남는 강연은 코펜하겐의 시몬 교수의 키노트였다. 시몬 교수는 ‘에듀테인먼트를 넘어-컴퓨터게임의 교육적 가능성’이라는 주제의 키노트에서 “기능성게임은 이제 학습을 재미있게 하는 것을 강조하는 에듀테인먼트가 아니라 가상현실에서 지식을 활용해 실제로 미션을 수행하는 살아 있는 교육을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가장 가슴에 남는 말이었다.

 이밖에는 다양한 기능성게임 활용 사례가 발표됐다. 네덜란드와 영국 발표자는 유비쿼터스 기술과 AR 기술을 다양한 모바일 디바이스에 적용한 기능성게임으로 수행한 미션결과를 발표했고, 독일·스페인·포르투갈 참가자들은 역사·영어학습·지능 등 구체적 목적을 가진 게임들을 학교 교실 수업에 적용한 실증적 데이터를 소개했다.

 또 최신 체감형 및 실감형 게임기술을 어떻게 교육용 게임에 적용하는지는 이슈는 참가자의 열띤 토론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이번 콘퍼런스에 참가하는 가운데 2년 전에 모 기관에서 실시한 기능성게임 사업에 응모한 경험이 새삼 떠올랐다. 당시 심사위원들은 모두 게임개발자·게임기획자·디자이너·사운드효과 전문가였다. 영어교육용 게임을 심사하는데 교육 전문가는 아무도 없었다. 국내 기능성게임이 아직 ‘재미’라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반면에 이번 심포지엄의 참석자 대다수는 게임 분야가 아니라 교육·의료·심리·경영 등 다양한 학문적 배경을 가진 전문가들이었다. 자신이 연구하는 분야에 게임이란 미디어를 적용하려는 사람들이었다.

 우리도 이제 기능성게임이라고 해서 게임업계만의 일로 여겨서는 안 될 것이다. 교육관계자와 교육기관 및 교육현장이 참여해야 진정한 교육용게임이 나올 수 있다.

 안문환 ESL에듀 사장 ahn@esled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