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의 고강도 금리인하 카드에도 증시가 살아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증시전문가들조차 해외 시장이 안정을 찾을 때까진 바닥을 예단하기 어렵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27일 한국은행이 0.75%의 금리인하를 단행했지만 외환시장과 증시에서는 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코스피지수는 이날 7.70포인트(0.82%) 오른 946.45로 마감했지만 코스닥은 15.49포인트(5.60%) 하락해 261.19로 연중 최저치를 경신했다. 환율도 18.5원 올라 1442.50원에 장을 마쳤다.
증시전문가들은 최근 주가 급락으로 주식 가격이 싸졌지만 해외 시장과 외환시장에 대한 불안감을 떨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또 이날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처방에도 금융시장이 안정을 찾지 못한 것도 이를 방증한다며 증시전문가들은 내부카드로는 한계가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최근 증시의 침체가 글로벌 경제지표 악화→기업실적 전망 하향과 구조조정→상품가격 급락에 따른 개도국 리스크등 금융위기가 경제위기로 전이되는 증거들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이로 인한 주식 가격 급락은 로스컷, 환매의 악순환을 야기하며 연쇄적인 글로벌 증시의 폭락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준기 SK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최근 주가급락은 세계적으로 자산가치를 지키기 위해 안전자산으로 자금을 이동시키고, 달러 유동성이 부족한 해외 국가들은 해외투자자금 회수를 통해 달러를 마련하는 유동성 회수 전략에 기인한 것”이라며 해외 금융시장 안정에서 답을 찾을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김 팀장은 “국내 증시에서도 외국인이 자산을 빼가는 과정이어서 외국인의 매도세가 멈춰야 바닥확인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한국은행의 금리인하가 단기적인 지지선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있다.
심재엽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과거 금융위기 당시 투자심리의 위축에 따른 주가지수의 변동률을 감안하면 연말까지 주가 조정 가능성이 크다”며 “정부 정책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승현 토러스증권 연구원도 “한국은행의 전격적인 금리인하는 투자심리 붕괴 직전에서 주식시장이 한숨 돌리는 데 기여했다”며 “금리인하가 또 다른 걱정은 펀드런에 대한 우려를 낮췄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주식형 펀드 누적 수익률이 마이너스 19%로 순손실로 반전함에 따라 자칫 장기주식투자 자금까지도 이탈할 우려가 컸는 데 금리인하로 장기간 조정에 대한 우려는 한숨 돌렸다”고 풀이했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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