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코 첫 피해 `태산LCD`는 지금

 환율 변동 헤지 상품인 ‘키코’의 첫 피해자가 된 태산LCD(대표 최태윤)가 긴박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2차 협력사의 납품 대금을 꼼꼼히 챙기고 있다. 당장 협력사들이 납품을 끊으면 공장 가동마저 할 수 없는 상황에 따른 것이긴 하지만 언제 문을 닫을지 모를 처지인데도 소액 채무까지 결제 약속을 지키는 모습에 ‘책임경영’의 모범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태산LCD는 법원 회생절차 신청 전인 지난 9월1일부터 보름간 2차 협력사들로부터 공급받은 부품 대금 80억원 가량을 오는 31일 모두 결제키로 했다. 이에 앞서 지난 15일에는 삼성전자가 ‘직접사급’ 조치를 단행하기 직전인 9월17일부터 19일까지 사흘간의 물품 대금 전액을 협력사들에 갚았다. 법원 회생절차 신청을 불과 나흘 앞둔 지난 9월 12일에도 삼성전자로부터 8월 분 백라이트유닛(BLU) 공급 대금을 긴급 결제받아 협력사들에게 모두 나눠줬다. BLU 8월 납품분 결제가 통상 익월에 이뤄진다는 점에서 삼성전자도 결제 대금을 2주나 앞당겨준 셈이다.

태산LCD가 자사 협력사들의 납품 대금을 약속대로 챙기는 것은 당장 부품 공급물량이 끊길 경우 공장마저 가동을 중단해야 하는 절박한 처지이기 때문이다. 태산엘시디 관계자는 “지금은 어떻게든 계속 생산해서 벌어들이는 돈으로 현 위기를 넘어갈 수 밖에 없다”면서 “협력사 대금 결제도 공장 가동을 위한 방편”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과거 대기업들조차 부도 직전까지 협력사 대금을 갚지 않은 사례가 빈번했다는 점에서 태산LCD의 경우는 남다르다는 평가다. 더욱이 삼성전자의 직접 사급 중단이 임박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쉽지 않은 결정이다.

한 부품 협력사 관계자는 “지난번 우영의 부도사태 때 많은 부품·소재 협력사들이 공급 대금을 떼인 적이 있는데 이게 일반적인 모습”이라면서 “회사를 정상화시키기 위한 자구책이라 할지라도 협력사로선 (태산LCD를) 좀 더 믿고 거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한·안석현기자 hseo@etnews.co.kr

◆ 협력사들에게 산같은 `신의` 보여줘

태산LCD가 회생을 향한 막바지 고비에 놓였다. 지난달부터 긴급 처방으로 실시했던 삼성전자의 ‘직접 사급’ 조치가 다음달 종료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안정적인 부품 조달을 위해 공급처를 다변화하면서 회생 기회를 찾는 시간이 촉박해졌다. 환율마저 꺾일 기미가 보이지 않아 태산LCD의 운명은 한치 앞도 내다보기 어렵게 됐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태산LCD가 지난달 말부터 삼성전자로부터 지원받았던 직접 사급 조치가 다음달 중단될 것으로 보인다. 직접 사급이란 최종 구매 당사자인 삼성전자가 태산LCD의 2차 협력사로부터 부품·소재를 직접 구입한 뒤 이를 다시 태산엘시디에 공급, 임가공시키는 구매 방식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현금이 필요한 태산LCD측으로선 이익을 남길 수 없는 사급의 중단을 요청해 왔으며 내부적으로 신중하게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안정적인 수급을 위해 태산LCD로부터 조달한 40인치대 백라이트유닛(BLU) 물량의 상당 규모를 이미 디에스엘시디·한솔LCD로 돌렸다. 한솔LCD는 특히 50인치대 BLU 제품을 개발, 양산을 준비중이다. 태산LCD가 그나마 공급하는 물량마저 조만간 끊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한편 하나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은 파생상품을 포함해 모든 채무를 한시적으로 동결해 줬다. 그래도 태산LCD는 이자는 매달 정상 결제해야 한다. 채무 유예 기간은 내년 1월 9일까지다. 키코피해업체에 외화 대출 허용 등 금융당국의 조치도 한도가 적거나 해당사항이 없어 태산LCD의 회생엔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을 전망이다.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