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금융권에 대해 돈보따리를 풀며 전방위 지원에 나선다.
2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금융통화위원회는 27일 오전 임시회의를 열어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의 위기극복을 위한 다양한 방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이날 회의를 통해 금통위는 전격적인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있으며 지급준비율을 내리고 환매조건부채권(RP) 대상에 은행채를 편입하는 방안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금융위원회와 각 금융기관들이 보다 적극적인 유동성 지원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 22일 한국은행은 2003년 3월 이후 처음으로 통화안정증권 중도환매로 시중에 7000억원을 풀었으며 다음날에는 총액한도대출을 2조5000억원 늘리는 등 각종 유동성 공급 대책을 내놓았다. 이어 24일에는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 방식으로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등 증권관련 기관에 2조원의 유동성을 지원했다.
임시회의에서는 유동성 지원 후속대책으로 금리인하와 은행채 매입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이 높다. 원화유동성의 경색이 심각한데다 중소기업과 가계의 이자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여론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한은 관계자는 “내부에서는 0.50%포인트 내려야 한다는 의견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지만 금통위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속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만약 한은이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내린다면 이는 9.11테러 당시 이후 처음이다. 금통위는 9.11테러 직후인 2001년 9월 19일 기준금리를 4.50%에서 4.0%로 내린 바 있다.
또 그동안 은행채 매입에 신중한 자세를 보였던 한은은 조만간 은행채를 RP대상에 포함시킬 것으로 보인다. 이미 금융위와 한국은행은 은행채 매입에 공감대를 형성했으며 실무자들이 매입시기와 규모를 놓고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채가 RP대상에 포함되면 전반적으로 이 채권에 대한 수요가 생기면서 금리가 떨어지게 되며 은행들은 원화자금 조달비용을 줄일 수 있게 된다. 한마디로 은행채가 RP대상에 포함되는 것만으로도 은행채의 상품가치를 높여주면서 은행들의 부담을 덜어주게 된다. 또 은행채 금리가 떨어지면 CD금리가 하락하면서 기업대출금리도 내려가게 된다.
전효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외국의 경우 더 적극적으로 은행을 국유화하는 등 강도 높은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며 “은행채 매입으로 정부의 의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번 정부의 은행간 거래에 대한 지급보증도 외국에 비해 늦어 시장에 불안감을 초래했던 점을 감안해 볼때 보다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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