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불황일수록 핵심 역량 키워라

 각종 경기 지표가 거의 최악 수준이다. 3분기 경제 성장률이 3%대로 추락하면서 3년여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도 외환 위기 이후 최악의 수준으로 떨어졌다. 원·달러 환율도 몇 년 만에 1400원을 돌파하는가 하면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도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다. 한국을 포함한 선진 20개국(G20)이 다음달 15일 워싱턴에 모여 글로벌 금융위기 해법을 모색하는 등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지만 여전히 세계 경제는 무력하기만 하다.

 이런 가운데 국내 대표기업인 삼성전자가 지난주 발표한 실적에서 시장이 예상한 8000억원대 영업이익보다 2000억원 이상 많은 1조여원을 기록, 선방한 모습을 보여줬다. 비록 생활가전·LCD 판매 부진으로 영업이익이 이전 분기보다 크게 줄기는 했지만 현재의 글로벌 경기 침체를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성적이다. 삼성전자보다 며칠 앞서 3분기 실적을 발표한 LG전자 역시 휴대폰이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을 유지한 데 힘입어 글로벌 기준 12조원이 넘는 매출에 5700억여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이번 주에는 SK텔레콤을 필두로 KTF·LG텔레콤·KT 같은 주요 통신사가 차례로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어서 그 결과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경기 침체로 큰 폭의 실적 개선은 없겠지만 이 기간 동안 마케팅 비용이 크게 감소한 것을 감안하면 다소간의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 사실 전 세계가 불황 회오리에 휩싸여 있지만 이런 가운데도 잘나가는 기업은 있게 마련이다. 애플과 닌텐도가 대표적이다. 온라인 음악사이트와 결합한 ‘아이팟’이라는 혁신적 MP3 플레이어를 개발, 판매하고 있는 애플은 최근 마감한 분기 실적에서 순이익과 매출이 작년 동기보다 각각 26%와 27% 늘었다.

 경기 둔화에도 전 세계 소비자가 애플의 ‘아이팟’ 구매에 기꺼이 지갑을 연 것이다. 애플은 지난 7월에는 독특한 유저인터페이스(UI)를 지닌 ‘아이폰’이라는 휴대폰을 내놔 역시 세계시장에서 호평받고 있다. 현재 50개국 이상에서 판매되고 있는 ‘아이폰’은 올해 1000만대 이상이 팔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불황을 모르기는 닌텐도도 마찬가지다. 가정용 게임기 ‘닌텐도DS’와 ‘위(Wii)’를 판매하고 있는 이 회사는 온 가족이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단순함을 앞세워 세계 게임기 시장에서 탄탄대로를 달리고 있다. 지난 9월에도 닌텐도는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판매 1위를 차지하며 경쟁사인 소니와 마이크로소프트를 큰 차이로 따돌렸다. 올해 닌텐도의 매출과 순익은 사상 최대에 이를 전망이다. 검색 분야의 독보적인 구글과 1000억달러에 육박하는 매출을 자랑하는 공룡 IBM도 두 자릿수의 성장 실적을 보여 불황에 시달리고 있는 다른 기업의 부러움을 샀다. 이들 잘나가는 기업을 보면 모두 경쟁사와 차별화되는 뚜렷한 무기를 가지고 있다.

 확실한 특기가 있으면 외부 환경이 그다지 큰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이다. 최근 JP모건 체이스 은행이 선정한 경기불황에도 평균 이상의 수익을 올릴 호황기업 16곳도 다르지 않다. 세계 경제 불황을 초래한 금융 위기가 해결된다 해도 당분간 실물경기 침체가 불가피하다. 이럴 때일수록 외부 환경을 탓하기보다 핵심 역량에 집중하는 등 기본에 충실하는 것이 중요하다.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