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질을 압도하지 않고 최대한의 효용을 즐겨야 하죠. 와인이나 소프트웨어나 마찬가지예요.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는 사업의 성과를 한층 높여줘요.”
현석진 사이버다임 사장은 와인이 만들어진 자리의 본질과 형식의 균형을 상징하는 소품으로 적절히 다뤄질 때 빛을 발한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에선 와인의 형식적인 면이 너무 과장돼 있다고 지적한다. 와인이나 소프트웨어나 본질을 압도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비즈니스에 도움을 주는 게 중요하다는 현 사장. 사업 시 마시는 와인은 그 자체로도 하나의 콘텐츠를 구성할 수 있기 때문에 선택과 집중, 공유하는 형식을 자연스럽게 가져온다고 강조한다.
소프트웨어 회사 사장답게 그는 ‘와인=품종×지역×빈티지’라는 수식으로 표현했다.
“똑같은 음악이라 해도 연주자와 연주 연도 등에 따른 변화(variation)가 있는 클래식 음반처럼, 와인에 존재하는 다양한 격차를 향한 호기심이 수집을 자극하는 원동력이 됩니다.”
현 사장은 특히 프랑스 부르고뉴 와인들의 독자적인 경지를 높게 샀다. 보르도 품종들은 칠레나 미국 등 다양한 신세계 와인이 뛰어난 가격 대비 성능을 자랑하며 격차를 줄여가고 있지만 부르고뉴의 장벽을 넘지는 못했다는 것.
그 때문인지 그는 주저 없이 부르고뉴 와인 ‘도멘 콩퓨론 코테티노 본 로마네(Domaine Confuron Cotetidot Vosne Romanee)’를 추천했다.
“이 와인은 부르고뉴 와인의 대표적인 특성인 다양한 꽃향기가 열 두 가지나 난다고 하는데 사실 저는 그 정도로 코가 민감하지 않아서 충분히 전달하지는 못하겠네요.”
이 와인은 22개월간 오크통에서 숙성해 여과를 거치지 않고 병입했으며 인위적인 작용을 하지 않아 자연스러운 맛을 최대한 살리고 있다. 입안을 꽉 채우는 비단처럼 부드러운 감촉과 균형 잡힌 바디감이 특색이다.
4년 전 와인을 마시기 시작했던 현 사장은 매번 추천 와인만 마셨다고 한다. 하지만 어느 순간 무슨 와인을 마시고 있는지 알고 마셔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특정 지역과 품종을 살펴가며 맛을 익혔다.
“영화나 클래식, 독서, 춤, 등산, 여행 등 모든 취미나 여가 활동과 마찬가지로, 와인 역시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준비와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현 사장은 “신흥 와이너리들의 도전에도 고고한 맛을 지켜가고 있는 부르고뉴 와인처럼 한국 소프트웨어를 세계적인 명품으로 만드는 데 집중하겠다”며 활짝 웃었다.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kr
현석진 사장의 추천와인
와인: 도멘 콩퓨론 코테티노 본 로마네
빈티지: 2003
생산국 및 지역: 프랑스 부르고뉴
종류: 레드(red)
포도품종: 피노누아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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