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개봉작인 ‘그 남자의 책 198쪽(김정권 감독, 유진·이동욱 주연)’은 옛 사랑의 메시지를 복원하고 싶어 애쓰는 두 연인에 관한 이야기다.
도서관 사서 은수(유진)의 일상은 단조롭기 그지 없다. 자명종 알람 소리에 눈뜨고 출근 길에 교복 소녀와 약국 아저씨를 만나고 직장에선 자원봉사 고등학생과 토닥거리는 걸로 끝나는 하루.
그러던 그녀 앞에 198쪽만 찢어가는 정체 불명의 남자 준오(이동욱)가 나타난다. 그는 ‘헤어진 여자 친구가 198쪽에 메시지를 남겼다’는 정신 없는 멘트를 날린다. 하지만, 이내 은수는 그 패에 휘말린다. 같이 모든 책의 198쪽을 찾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 영화는 겉면과 내면이 다른 작품이다. 표면적으론 198쪽의 메시지를 둘러싼 미스터리를 밝히는 데 집중하지만 정작 시선을 끄는 건 준오가 상처를 직시하고 극복하는 과정을 도와주면서 자신의 아픔도 서서히 치유해가는 은수의 모습이다. 은수와 준오의 사랑은 상처를 서로 보듬어 안으면서 시작되며 끝난다.
감독 김정권은 이런 치유의 과정에 이전 영화들의 통속을 뿌려놓는다. 은수와 영화 동감을 만든 김 감독의 아우라가 이 작품에 뿜어져 나오는 게 어색하진 않다. 그러나 영화의 편집이 고르지 않다면 문제다.
한정훈기자 existe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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