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테크윈은 2005년께 디지털 일안 반사식(DSLR) 카메라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기업 인수를 검토했다. DSLR 카메라 시장에서 절대 우위를 점하고 있는 캐논·니콘 등과 경쟁하기 위해선 원천 기술 및 특허를 가져야겠다는 생각에 일본 펜탁스를 염두에 뒀다.
펜탁스는 국내에선 캐논이나 니콘만큼 인지도가 높진 않지만 일안 반사식(SLR) 카메라를 세계 최초로 개발한 기업이다. 한 때는 캐논이나 니콘보다도 잘나갔지만 시장의 요구에 발맞추지 못해 예전의 화려한 명성을 잃었다. 삼성테크윈이 펜탁스 인수를 검토하던 때의 상황은 삼성 쪽에 그리 나쁘지 않았다. 펜탁스는 2004 회계연도부터 2년 연속 카메라 사업 부문에서 적자를 기록하며 힘이 부치던 상태였다. 하지만 삼성테크윈은 검토 단계에서 이 ‘안(案)’을 접고, 대신 펜탁스와 협력 관계(공동 개발)를 맺었다.
삼성그룹의 카메라 사업 역사에는 몇 가지 뼈아픈 경험이 있다. 삼성테크윈의 전신인 삼성항공 시절 삼성은 독일 롤라이를 인수(1995년)했다. 80년 역사를 통해 입증된 롤라이의 광학 기술을 흡수해 삼성은 기술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려 했다. 하지만 삼성은 오래가지 않아 롤라이를 되팔아야 했다. 회사를 인수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핵심 인력들이 빠져 나갔기 때문이다.
삼성테크윈은 펜탁스도 같은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했다. 펜탁스 인수는 단순한 기업매각이 아니라 일본이 자랑하는 광학분야의 원천 기술 및 특허가 한국에 매각된다는 의미도 담겨 더욱 힘들게 본 것이다. 하지만 그 사이 경영난을 겪던 펜탁스는 포토마스크, 렌즈 등을 생산하는 호야에 인수(2007년)됐고 삼성테크윈은 현재도 DSLR 카메라를 자체 생산하지 못하고 있다.
불안한 경제 여건 속에서도 적극적인 인수합병(M&A)을 시도하는 글로벌 기업들의 소식들이 전해지고 있다. 삼성그룹도 M&A를 내년도 핵심 경영전략으로 채택했다. 이미 삼성전자는 세계 최대 메모리카드 업체인 샌디스크 인수전에 나섰다. 전철을 되밟지 않고 위기를 기회로 활용할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한 때다.
윤건일기자<국제부> benyu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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