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정, 아니면 무기한 연기(?)’
정부가 마지막(3차) 공기업 선진화 방안에서까지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의 통합 여부를 확정짓지 않으면서 그 배경과 앞으로의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10일 오후 공개된 양 기관 통합에 대해 정부는 ‘최근 금융시장 상황을 감안해 연말에 결정하겠다’고만 적시했다. 3차 선진화 방안 발표가 두차례 연기된 것을 감안하면 신·기보 통합 여부 결정이 5번째 연기되는 순간이다.
관가와 업계에 따르면 이번 연기 결정은 통합 중단과 같은 ‘무기한 연기’보다는 ‘일시 유보’ 쪽이라는 시각이다. 이는 이날 공개된 자료에 ‘금융시장 상황을 감안’한다는 문구가 있듯이 정부가 최악의 금융불안 상황에서 자칫 중소기업 자금줄에 부정적 이미지를 줄 수 있는 통합이란 강수를 띄우기 부담스러웠다는 해석이다.
실제로 최근 시장에서는 3차 발표에 신·기보 통합이 포함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했으며, 이를 반영 12개 벤처단체들은 지난 9일 기보가 있는 부산에서 ‘통합 저지 선언대회’를 개최했다. 여러 정황을 종합할 때 정부는 일부 반대에도 불구하고 통합 방침을 굳혔으나 금융상황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어 소나기는 피하겠다는 취지에서 이같은 결론에 도달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이번 결정이 또 한번의 무기한 연기를 위한 수순이라는 분석도 있다. 참여정부시절인 2004년 정부는 재정운용 효율화 차원에서 양 기관을 포함한 5개 기금의 통합을 논의했으며 3년 후인 지난해 기술보증기금을 ‘조건부 존치’라는 애매한 결론과 함께 사실상 통합논의를 백지화시킨 바 있다. 이번의 경우 양 기관 통합 중단은 공기업 선진화 방안이 ‘소리만 요란하다’는 비판으로 이어질 것이 뻔한 만큼, 일단 시간을 두면서 추이를 지켜보겠다며 ‘연말 결정’이라는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다.
한편, 이번 조치에 대해 업계에서는 ‘다행’이라는 반응이다. 서승모 벤처산업협회장은 “키코 등 중소기업의 금융불안이 심각한 상황에서 통합 유보는 환영할 일”이라며 “앞으로 통합 논의가 재개되면 다시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하겠다”고 밝혔다.
또, 통합의 중심에 설 것으로 예상된 신보 측은 특별한 반응이 없는 반면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해온 기보 측은 또 다시 연기된 것에 대해 허탈한 모습이다. 김용환 기보 이사는 “지금 금융위기 속에서 기보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며 “명확히 결론이 내려지기를 바랬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김준배기자 j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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