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가 세계 금융위기의 직접 영향권에 들었다.
수 주전까지만 해도 IT산업은 글로벌 수출 증가와 건실한 재무 구조 등으로 타 산업 분야에 비해 금융 위기로 인한 악영향을 덜 받을 것으로 예측됐다. 그러나 최근 며칠간 세계 경제가 공황 상태에 빠지면서 실리콘밸리 역시 주가 대폭락에 이어 벤처캐피털이 긴급 회의를 소집하고 기업들이 인력과 비용을 줄이는 등 생존을 위한 구체적 대응에 나섰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실리콘밸리도 금융 위기로부터 면역돼 있지 않다’며 최근 현지의 분위기를 집중 보도했다.
◇벤처캐피털, 긴급 대응회의 소집= 실리콘밸리의 벤처 투자가들은 투자처에 대한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IT기업들은 고객의 예산 삭감과 은행의 여신한도 축소, 소비자들의 소비 위축 등 3중고에 시달리고 있다고 외신은 전했다. 구글·유튜브 등 실리콘밸리 대표 기업에 투자한 세콰이어캐피털은 최근 투자기업들의 CEO와 긴급 모임을 갖고 수익성 개선과 비용 절감 방안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벤치마크캐피털도 지난주 투자 기업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투자금 조달이 총체적으로 어렵다”며 “게임의 룰이 바뀌고 있다”고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 벤치마크캐피털은 벤처기업들에게 “차분하지만 실속을 챙길 것(be calm, be pragmatic)”을 주문했다.
◇구조조정·비용 축소로 허리띠 졸라매기= 구조조정을 통해 허리띠를 졸라매는 기업도 쏟아져나왔다. 칩 제조장비 업체인 맷슨테크놀로지는 지난달 임원 14% 감축안을 발표했다. 지난주 e베이의 10% 감원 발표에 앞서 휴렛패커드가 전체 직원의 7.5%에 해당하는 2만4600명의 직원을 해고한다고 밝혔다. 반도체 업체인 엔비디아도 6.5% 구조조정안을 내놨다.
마이크로소프트마저 최근 이번 회계년도의 고용 계획을 재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배인캐피털이 투자한 음악 웹사이트 ‘라라닷컴’은 마케팅 비용을 삭감하고 신규 사무실 임대 계획도 보류할 계획이다. MS로부터 소프트웨어를 구매해 재판매하는 인터딘의 앨런 칸 CEO는 “이 같은 최악의 상황은 처음”이라며 “한 치앞도 내다보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돈줄 막히는 실리콘밸리= 더 큰 문제는 투자자들이 잇따라 투자 방침을 철회하기 시작했다는 것. 클레어몬트크리크벤처의 존 스튜어트는 “최근 1억7500만달러의 자금을 유치하는 과정에서 일부 투자자들이 기존 투자액의 20%를 회수할 것을 요청해왔다”며 “자금 조달 창구가 막히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IBM과 오라클이 20%대의 높은 성장률을 보인 데 이어 일각에서는 이번주 시작되는 IT기업 실적 발표 시즌에서 또 다른 희망을 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 애널리스트들은 경제 불황이 지속되면서 IT 업계에서도 내년까지 긍정적인 전망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예측했다.
김유경기자 yukyung@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구조조정안 발표한 IT기업 현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