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승진을 두려워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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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장을 하라고 할까봐 두렵습니다.”

 언뜻 이해가 안 가는 말이지만, 현재 기관장이 공석인 정부 산하기관의 실·단장, 수석 본부장들이 하나같이 털어놓는 하소연이다. 이들의 마음속 고충을 이해하려면 지금 왜 기관장이 안 뽑히고 공백 상태가 지속되는지에 대한 물음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정부는 애써 “능력 있고, 합당한 인물이 없어서”라고 둘러대지만, 실제로는 ‘하려고 하는 사람도, 할 사람도 없기’ 때문이다. 기관장 선임을 못 하고 있다고 하지만, 사실은 ‘기관장 기피’로 인해 정부는 하고 싶어도 안 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럼 문제는 왜 ‘능력 있는’ 인사들이 기관장을 피하고 있는지다. 무엇보다 지금 들어가봐야 2차 공기업 선진화 방안에 따라 길어야 7∼8개월의 시한부 인생을 살아야 한다. 기관장 ‘완장’이 아무리 고매하다 해도 1년도 채 안 되는 자리에 수십년 쌓아온 명예와 경험을 투자할 사람은 없다.

 돈 이야기는 ‘인사’ 문제에 관한 한 가장 뒷전으로 미뤄야 할 문제라고 하지만 꺼내지 않을 수 없다. 기관장 임금은 새 정부 들어 차관 연봉인 1억800만원을 넘을 수 없게 묶였다. 그것도 ‘보는 눈’이 있으니, 1억700만원 선으로 맞췄다.

 민간에서 온갖 풍파를 겪으며 임원, 사장 등으로 자기 이력을 닦아온 사람이 이런 초라한(?) 연봉의 자리로 이력서 한 줄을 더 쓴들 자부심이 생길 리 만무하다.

 선장의 빈자리가 계속되면서 무엇보다 안타까운 것은 정부 산하기관이라는 명예와 자부심을 갖고, 산업 현장에서 뛰어볼 욕심으로 기관에 발을 들인 젊은 초년 직원들의 ‘로망’이 흔들린다는 점이다. 선배 간부들은 이제 ‘무엇을 보고 일하라’는 충고를 후배들에게 감히 던지지 못한다.

 기관장이 있고 없고의 문제는 해당 산업계가 느끼기엔 ‘정부가 우리에 대한 지원 의지가 있느냐, 없느냐’로 인식된다. 아무리 정부가 떠들어도 민심은 정직하다. “내가 해보겠다”는 말이 왜 안 나오는지 곰곰이 씹어 볼 일이다.

  이진호기자<신성장산업부> jho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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