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시스템 반도체 산업 육성 선언이 구두선에 그칠 것으로 우려된다. 중소 시스템 반도체 기업들이 전문 인력 부족 등의 이유로 해외 진출에 많은 어려움을 겪는 것을 뻔히 알면서 정부는 ‘IT-SoC(시스템 반도체) 핵심 설계 인력 양성 사업’ 등의 지원책엔 큰 관심을 두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의 ‘IT-SoC 핵심 설계 인력 양성 사업’ 예산은 매년 뒷걸음질 치고 있다. 이 사업은 산·학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R&D을 진행, 석·박사 연구원이 실무 경험을 축적함으로써 중소기업이 고급 인력을 확보함은 물론 상용 개발 제품을 유도해 시스템반도체 산업을 육성하는 게 골자이다.
‘IT-SoC 핵심 설계 인력 양성 사업’은 ’03년 첫 도입할 때 예산이 226억 원에 달했다. 그러나 지난해 95억 원, 올해 72억 원 수준으로 급락하는 추세이다. 더욱이 내년엔 사업 예산이 64억 원 수준으로 더 떨어질 것으로 알려졌다. ETRI 관계자는 “시스템 반도체 인력 양성 사업을 제대로 유지하기 위해선 100억 원 예산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내년 예산이 더욱 줄어들게 되면 정부가 지난 5년 동안 공들여온 ‘IT-SoC 핵심 설계 인력 양성 사업’은 파행이 불가피 할 전망이다. 예산이 줄어든 만큼 산·학 공동 연구프로젝트 과제수가 줄어든다. 우수 인력 배출도 더욱 힘들어진다. ETRI는 매년 200명의 석박사를 대상으로 IT-SoC 인증자를 배출했다. 매년 1500명을 대상으로 교육 시켜왔다.
중소 시스템 반도체 기업들은 울상을 짓고 있다. 팹리스 업체 한 관계자는 “핵심 설계 인력 양성 사업은 학교와 기업이 공동으로 시스템 반도체를 개발, 기업 입장에선 개발비 부담을 덜고 학교는 취업으로 이어지는 좋은 정책인데 활성화 되지 않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정부가 시스템 반도체를 신성장 동력 핵심으로 지목했다면 밑바닥 정서를 고려한 기업프렌들리 지원책이 해를 거듭하면서 힘을 잃는 게 아쉽다”고 지적했다.
안수민기자 s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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