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겪고 있는 경제위기 강도가 10년 전 우리가 겪었던 IMF 시절을 능가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차라리 그때가 더 좋았다고 말하는 기업인도 꽤 있을 정도다. 기업이 처해 있는 현 상황이 그만큼 어렵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위기 극복을 위해 슬기로운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기업에 위기는 늘 있었다. 혹자는 “기업이 언제 위기가 아니었던 때가 있었던가”라고 반문한다. 대기업은 대기업대로, 중소기업은 중소기업대로 단지 강도가 달랐을 뿐이다. 어찌 보면 위기는 기업에 ‘숙명(宿命)’과도 같다고 할 수 있으며 ‘위협과 기회’라는 양면의 뜻을 갖기도 한다. 이는 대응 여하에 따라 위협이 반대로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오늘날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세계 유명 대기업의 위기 대처 사례를 보면 더욱 그렇다.
대체로 위기 기업을 보면 과도한 비용 증가와 사업 영역의 수익성 저하가 가장 커다란 원인이다. 할리 데이비슨은 미국의 대표 모터사이클 기업이다. 이 회사는 핵심사업은 철저히 고수하면서 사업 영역을 조정해 회생했다. 70년대 후반 일본 모터사이클 업체인 혼다·야마하 등이 미국 시장에 본격 진출하자 할리 데이비슨은 부도 위기로까지 내몰렸다. 본 빌스 최고경영자는 위기 타개를 위해 사업 다각화를 꾀하면서도 핵심 사업인 중량급 대형 오토바이는 유지하는 전략을 취했다. 또 고급 고객층 확보를 위해 생산성과 품질 향상에 매진했다.
덧붙여 비용 절감과 사업 영역 조정이 강도 높게 이루어졌다고 해서 기업이 당장 위기에서 벗어나게 되는 건 아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 이탈을 막는 것’이어야 한다. 세계 최대의 IT 서비스·컨설팅 회사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IBM은 90년대 초 수십억달러의 적자를 내 이미 지구상에서 사라진 ‘공룡’에 비유됐다. 93년 위기의 IBM을 구하러 루이스 거스너 회장이 취임했다. 그는 먼저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상세히 파악했다. 그리고 고객이 원하는 기술과 서비스를 가능한 한 신속하게 제공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그 결과 IBM은 하드웨어 중심 회사에서 서비스 회사로 완전히 탈바꿈할 수 있었다.
변화 관리(change management)로 유명한 로자베스 모스 켄터 하버드경영대학원 교수는 “기업이 위기에 처했을 때 무조건적인 비용 절감과 구조조정에만 집착한다고 해서 이를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업의 위기 극복 노력은 고객과 소통에서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신용평가기관 S&P 조사에 따르면, 미국 300여개 기업이 위기관리의 총괄 책임을 지고 있는 CRO(Chief Risk Officer) 또는 ERM(Enterprise Risk Management)을 도입하거나 아웃소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객과 소통 노력은 최고경영자의 지속적 관심과 강력한 의지가 전제돼야 한다. 국가 경영도 이와 다를 바 없다. 위기 관리의 모든 책임은 바로 최고경영자 또는 최고지도자에 있기 때문이다. 세계적 경영 귀재인 잭 웰치 전 GE 회장도 최근 미국경제가 위기 상황을 맞아 “비용 구조와 채무 축소 그리고 최고의 직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면서 “조직의 리더는 그들의 비전을 놓고 가능하면 자주 소통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투자 기회를 찾으라”고 강조했다. 결국 우리가 처한 위기 극복 노력은 무엇보다 소통을 통해 기회를 잡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안석우 안피알 대표(aswp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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