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10년 2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상승하면서 6년 6개월 만에 다시 1320원대로 올라섰다. 외화유동성 부족과 실물경제에 대한 우려로 환율이 하루 50원씩 폭등하고 있어 시장 내 불안심리가 해소되지 않으면 단기간에 1500원대를 넘어설 가능성도 제기됐다. 시장 패닉이 심화되면 국내 위기로 전이될 수 있기 때문에 정부가 일시적이나마 환율 상승폭을 제한하는 등 행정적 조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달러당 59.10원 폭등한 1328.10원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3거래일간 무려 141.10원이 폭등했다. 이에 따라 2002년 4월 12일 원·달러 환율이 1332원을 기록한 이후 6년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 거래일 대비 환율 상승폭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8월 6일의 70원 이후 10년 2개월 만에 최대폭을 기록했다. 지난 7월 28일 1006원에 불과했던 원·달러 환율이 두 달만에 322.10원의 상승폭을 보였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미국의 구제금융 조치가 효과를 발휘하면서 대외 불안이 해소되기 전까지는 환율이 1500원을 향한 상승세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공포감이 진정되지 않는 한 환율 오름세가 지속될 수 있어 1500원까지 오를 가능성도 있다”며 “시장 심리를 안정시키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정부도 환율폭등이 지나친 심리적 쏠림현상에 따른 것으로 보고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특히 외환보유액이 “충분하고 넉넉하다”며 조목조목 논리적으로 설명했는데도 불구하고 최근 외환보유액의 적정성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국정감사장으로까지 옮겨붙은 만큼 공격적인 시장 개입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부는 유가하락 등에 따라 10월에 경상수지가 흑자로 돌아서면 환율도 안정세를 되찾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날마다 요동치고 있는 시장을 진정시킬 단기적인 처방을 찾기 위해 골몰하고 있다.
정부는 7일 낮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과 전광우 금융위원장,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 박병원 청와대 경제수석 등이 참석한 가운데 거시경제정책협의회를 열어 환율폭등 등 금융시장의 불안에 대한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특히 외환보유액 감소 논란에 따라 정부가 적극적으로 외환시장 개입이 힘든 상황에서 시장을 안정시킬 방안을 협의했다.
한편 한국 증시는 선진국 증시의 연쇄 폭락에도 불구하고 깜짝 반등했다. 코스피지수는 7.35포인트(0.54%) 상승한 1366.1포인트로 거래를 마감했다. 코스피는 개장 후 17.83포인트(1.31%) 하락으로 출발해 기관이 적극적으로 매수에 나서면서 오후에 상승세로 반전했다. 코스닥지수는 전날보다 4.44포인트(1.09%) 하락한 401.95로 마감했다. 코스닥시장은 한때 385선까지 내려 앉기도 했지만 개인 매수세가 유입돼 400선을 지켜냈다.
권상희·이형수기자 shk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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