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인터넷 쇼핑물을 운영하는 김형주(35)씨는 요즘 세그웨이(직립형 이륜 스쿠터)로 출퇴근하는 재미에 푹 빠졌다. 두 개의 전동바퀴 위에 꼿꼿이 선 채로 광안리 해변도로를 유령처럼 돌아다니는 모습은 영화 매트릭스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한다. 김씨는 치솟는 기름값과 주차문제로 부담을 느끼던 차에 세그웨이를 접하고는 곧바로 구매를 했다. 탑승한 채로 인도, 좁은 골목길은 물론 승강기에 들어갈 정도로 기동성이 뛰어났다. 차량 유지비는 한달에 2500원 남짓한 전기료가 전부다. 세그웨이의 장점에 반한 그는 친구들에게도 새 차를 바꾸기 전에 꼭 ‘서서 타는 스쿠터’를 타보라고 권한다.
고유가 바람을 타고 두 바퀴로 서서가는 직립형 이륜 스쿠터 시장이 꿈틀거리고 있다. 지난 2002년 미국에서 처음 출시된 세그웨이는 ‘인터넷보다 위대한 발명품’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바퀴가 두 개지만 자이로 센서로 균형을 잡고 전후좌우 이동이 자유로와서 새로운 근거리 교통수단으로 기대를 모았다. 문제는 판매가격이 대당 900만원 내외로 너무 높다는 것. 결국 세그웨이의 초기 판매량은 예상보다 부진했다. 하지만, 석유위기가 심화되면서 세그웨이는 친환경 교통수단으로 부각됐고 시장수요가 기지개를 켜고 있다. 국내서는 세그웨이 코리아가 올초부터 전국 판매망을 갖추고 마케팅 활동을 펼치기 시작했다. 회사측은 고소득 자영업자들이 출퇴근과 레저용으로 수백대의 세그웨이 재고가 동이 났다고 밝혔다.
세그웨이 이용자가 늘면서 온라인 동호회까지 생겨났다. 부산 해운대의 모 수입차 대리점은 고객들에게 세그웨이를 시판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미국산 세그웨이의 독주에 맞서 더 저렴한 국산제품도 시판을 서두르고 있다. 로보쓰리(대표 김준형)는 자이로 직립기술을 국산화하고 두 바퀴로 서서 움직이는 직립형 전동스쿠터 ‘비비라이더’의 양산을 준비 중이다. 회사측은 비비라이더의 판매가를 외산제품의 절반 이하로 낮췄고 충돌사고를 대비해 보조 앞바퀴를 달았기 때문에 시장우위를 자신한다고 밝혔다. 일본 도요타도 유사한 개념의 직립식 스쿠터인 ‘윙렛(Winglet)의 양산을 앞둬 내년에는 국내 시판이 예상된다.
직립형 전동스쿠터 시장의 최대 걸림돌은 특허권 분쟁이다. 미국 세그웨이사는 두 바퀴 위에 서서 균형을 잡는 기계장치에 대해 한국을 포함한 세계 100여개 국가에 특허권을 신청했다. 이보다 앞선 1985년 일본에서 자이로 센서를 이용한 두 바퀴 이동체에 대한 특허가 이미 나왔다. 국내업체들은 세그웨이와 유사한 제품을 판매할 경우 미국측과 특허분쟁 가능성에 신경을 쓰고 있다.
배일한기자 bail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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