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이 무너진다](상) 탈출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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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경제를 떠받쳤던 중소기업이 앞날을 점치기 힘든 상황에 처하면서 뿌리째 흔들린다. 원자재가 상승, 수출 및 내수부진과 이에 따른 자금난으로 문을 닫는 회사가 늘어났다. 중소기업이 처한 어려움과 이를 타개하기 위한 정부 정책, 기업의 자구책 등을 3회에 걸쳐 점검한다.

 미국발 금융위기 등 국내외 경제상황이 혼란에 빠지면서 국내 중소기업들이 사지로 내몰렸다.

 중소기업들은 최근 높은 원자재 가격, 수출부진, 내수침체, 환율 급등에 따른 손실 등의 다중고를 겪고 있다. 특히 국내외 금융불안에 등에 대비해 시중은행이 돈줄을 죄면서 중소기업의 자금압박은 가중됐다. 바야흐로 미국발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 번져가면서 약자인 중소기업의 탈출구가 사라졌다.

 8월 말 현재 은행의 중기대출은 총 413조8000억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43조8000억원이 증가(11.8%)했으나 그 증가세가 전년에 비해 현저히 떨어졌다. 이 현상은 금융불안이 본격화한 8월 이후 더욱 두드러졌다. 은행권이 달러 확보를 위해 돈줄을 죄면서 중소기업의 자금조달 길이 얼어붙었다.

 은행 대출은 물론이고 주식과 회사채 등 직접 금융시장을 통한 자금 조달도 여의치 않다. 올해 들어 7월까지 직접 자금시장을 거쳐 중소기업이 조달한 금액은 2조402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22.6% 감소했다. 중소기업의 자금줄 역할을 해온 코스닥도 붕괴하고 있다. IPO를 포기하는 기업도 속출했다.

 특히 키코로 인한 손실이 중기를 낭떠러지로 내몰았다. 8월 말 키코 거래손실(환율 1089원 기준)은 1조6943억원이며, 중소기업 손실은 1조2846억원에 이른다. 손실은 최근 환율 급등으로 더욱 커질 전망이다. 환율이 10원 오를 때마다 평가손실이 1000억원씩 늘어날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59.10원이 폭등한 1328.10원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10년 2개월 만에 최대폭으로 상승하면서 6년 6개월 만에 다시 1320원대로 올라섰다. 키코 손실이 앞으로 얼마나 눈덩이처럼 커질지 예측조차 할 수 없다.

 중소기업의 경영난은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기업의 증가로 현실화했다. 금융감독원 조사에 따르면 부도 기업이나 마찬가지인 신규 워크아웃 기업은 올 2분기 245개로 1분기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났다. 워크아웃 기업은 지난해 4분기 187개에서 올 1분기 126개로 감소했다가 2분기에는 다시 증가했다.

 중소기업의 어려움은 정부에 대한 불만으로 표출됐다. 미국발 금융위기 등 대내외 환경에 미숙하게 대처해 위기를 자초하고 있다는 게 핵심이다. 최근 정부가 내놓은 중소기업 유동성 지원방안도 은행들이 자발적으로 중소기업 지원에 나서도록 하는 것이어서 하루가 급한 중소기업에는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도 있다. 이용직 신화인터텍 이사는 “키코 등 중소기업 유동성 대책의 파급 효과는 아직 체감되지 않는다”며 “지원받을 수 있는 업체 수도 한정돼 있고 지원을 받는다 해도 실제 피해 규모에 비해 얼마나 도움이 될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잔뜩 기대했는데 열어보니 ‘속 빈 강정’이었다는 실망감이 팽배하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 이후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다양한 중소기업 정책을 내놨다. 창업절차 간소화, 공장건립 규제 완화, 법인세율 인하, 납품단가 조정협의 의무제 도입 등 예전에 비해 파격적인 중소기업 지원 정책과 규제완화책을 마련했다. 예전이라면 환영받았을 이 같은 정책은 희석됐다. 금융위기에 대한 정부의 정책 미숙으로 중소기업을 최악의 국면으로 몰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김세종 중소기업연구원 기획조정실장은 “정부가 의미 있는 중소기업 정책을 내놨지만 최근 자금난 등으로 인해 중소기업의 피부에 와닿지 않는 듯하다”며 “자금난이라는 발등에 떨어진 불을 먼저 꺼야 규제완화 정책이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상희기자 shk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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