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NBC의 대표적 심야쇼인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는 두 가지 측면에서 화제를 불러모았다.
한 가지는 공화당 부통령 후보 사라 페일린을 빼닮은 코미디언 티나 페이가 보여준 패러디이다. 다른 하나는 이 프로그램을 시청한 사람 중 절반 이상이 TV 대신 유튜브·NBC닷컴·훌루닷컴(Hulu.com) 등 온라인 동영상 사이트에 접속했다는 사실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TV를 끄고(Turn off), 온라인 동영상을 클릭하는(Click here) 달라진 TV 시청 환경을 집중 분석했다.
◇TV시청, 보다 합리적으로=샌디에고에 거주하는 웹 디자이너 패트릭 크라울리(35)는 가장 즐겨보는 TV코미디 쇼를 보기 위해 PC앞에 앉아 훌루닷컴에 접속한다. 아이튠스에 들러 편당 1.99달러의 광고없는 프로그램을 종종 다운로드받기도 한다.
‘콕스’사의 케이블TV 서비스를 해지하고 이처럼 인터넷으로만 100% TV를 보게 되면서 그는 기존에 월 160달러에 달했던 TV시청 관련 비용을 60달러로 줄였다. 지난해 미국 일반 가정에 제공되는 평균 채널이 118.6개에 달했지만 실제로 시청자가 본 채널은 16개에 불과하다는 점도 그를 TV로부터 멀어지게 한 요인 중 하나다.
닐슨온라인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6월에 훌루닷컴에서 320만명의 인터넷 사용자가 1억600만건의 비디오를 스트리밍 방식으로 시청했다. 같은 기간 월트디즈니의 ABC닷컴에서는 290만명의 사용자가 2700만건의 동영상을 클릭했다.
◇미드부터 토크쇼까지 없는게 없는 인터넷=미국 시청자들이 십 수년간 안방을 점령해온 케이블과 결별을 선언하고 인터넷으로 TV 프로그램을 즐기는 것은 일차적으로 경제적 이유 때문이다.
미 노동통계청에 따르면 1995년부터 올해까지 케이블 및 위성방송 시청료는 79%나 인상됐다. 물가 상승률의 두 배이다. 온라인TV가 웬만한 최신 볼거리는 다 제공한다는 것도 장점이다. 포레스터리서치의 제임스 맥퀴비 애널리스트는 “프라임타임 시간대 TV쇼의 90%와 케이블 프로그램의 20%를 온라인에서 시청할 수 있다”고 말했다.
TV에 비해 광고 시간이 짧다는 것도 온라인TV만의 매력이다. 30분 분량의 프로그램에 케이블TV광고는 8분, 온라인TV 광고는 2분이다. 푹신한 소파에 앉아 온라인TV를 볼 수 있는 방법도 다양하다. 부두(Vudu)의 299달러짜리 셋톱박스를 구매하면 원격으로 편당 1.99달러에 TV프로그램을 내려받을 수 있다.
MS와 소니도 자사의 X박스360과 플레이스테이션3에서 온라인으로 프로그램을 다운받아 TV로 시청할 수 있도록 했다. 인테그레이티드미디어의 톰 지토 CEO는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빨리 TV와 컴퓨터의 컨버전스가 현실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 러시, 기회인 동시에 위기=온라인 TV의 승승장구는 불법 복제와 초기 수익 모델 창출에 실패한 온라인 음악 산업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는 케이블TV 채널들의 의지를 드러내주는 현상이라고 외신은 분석했다. 그러나 이같은 호재가 한 편으로는 악재를 초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매출의 절반 이상을 케이블TV 가입자들로부터 거둬들이는 월 사용료로 충당하는 케이블 채널들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인테그레이티드미디어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3200명의 조사 패널 중 20%가 주요 TV 프로그램을 온라인으로 시청하며 이들 중 절반은 더 이상 TV를 켜지 않는다고 답했다. 제프 펄버 프라임타임리와인드 창업자는 “페이스북이나 구글 세대는 인터넷에서 TV쇼를 보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며 “기존 매체의 변화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김유경기자 yuky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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