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생존의 시대는 갔다. 힘을 모아 함께 가야만 한다.’
업계 종사자와 전문가들이 말하는 한국 팹리스의 생존전략이다. 자금과 마케팅능력이 열악한 팹리스회사들에 협업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시장은 급변하고 공정이 미세화될수록 칩 개발 자금과 시간은 늘어만 간다. 심지어 3개월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상황에서 ‘칩 레이아웃하는 동안 세상이 바뀐다’는 말은 업계의 현실을 여실히 드러내는 말이다.
올해 들어 대기업·팹리스 간 지분 투자와 제휴가 활발하게 일어난 것도 불확실한 미래를 성공으로 이끌어가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공동 기술개발·자금확보·영업망 활용 등 대기업과 협력은 팹리스회사에 단비와 같다. 실리콘화일·씨앤에스테크놀로지·피델릭스는 하이닉스와 손을 잡았다. 티엘아이는 LG디스플레이를 2대주주로 받아들였다. 다른 업체들에도 이 같은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추가적인 제휴사례가 잇따를 전망이다.
CMOS 이미지센서의 공동개발·생산·판매를 위해 하이닉스를 대주주로 받아들인 실리콘화일의 신백규 사장은 “1등이 50%의 이익을 가져가는 세상이고, 독자적으로 세계 무대에서 1등을 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 따라서 협력파트너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김달수 티엘아이 사장도 “역사적으로 봤을 때 독자생존으로 성공한 경우가 없었다”며 “고객인 LG디스플레이와 함께 미래기술과 부품개발에 관한 협의를 하고 있으며,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노력 중”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팹리스회사는 모두 중소기업이다. 따라서 국내시장을 넘어 해외 무대에서 세계적인 회사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마케팅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수년간 중국·일본 등의 시장에 공을 들였음에도 불구하고 해외에서 별다른 성과가 없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유회준 카이스트 교수는 “지금이야말로 한국회사들이 글로벌 전략을 펼칠 때”라면서 “국내 회사들끼리 뭉치고, 공동으로 세계시장 공략 전략을 짤 때”라고 주장했다. 유 교수는 M&A나 제휴 등의 방식의 문제가 아니라 기술, 인력, 자금 등을 공유하면서 해외로 같이 나갈 수 있는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신백규 사장은 “한국 팹리스의 가장 큰 문제는 마케팅 능력”이라면서 “우리가 갖고 있는 지리적 이점과 스피드를 활용해 시장개척작업을 서둘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기업뿐만 아니라 팹리스기업 간의 사업협력도 바람직하다. 팹리스 선두업체인 엠텍비젼은 자회사인 클레어픽셀(이미지센서), MTH(GSM 베이스밴드 칩)와 긴밀히 협력, 영상처리를 넘어 센서와 통신영역으로 사업확대를 모색 중이다. 씨앤에스테크놀로지는 하이닉스와 자동차용 네트워크 반도체를 공동개발하고, 넥서스칩스의 3차원엔진을 활용한 내비게이션용 통합칩을 준비하면서 새로운 오아시스를 찾고 있다.
설성인기자 sise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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