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비쿼터스 시대를 열어갈 기술인 RFID와 USN이 미래 성장동력산업으로 자리 매김하려면 장기적 관점에서 대폭적 투자확대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RFID/USN 기술의 확산에 개인정보 보호 조치가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기술적·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또 RFID/USN 기술 도입 후 대량의 정보유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이에 대비할 법적·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정보통신의 미래를 생각하는 모임(회장 정태명 성균관대 교수)’이 지난달 30일 서울 삼정호텔에서 ‘RFID/USN 현황과 미래’를 주제로 개최한 9월 정기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이같이 논의했다.
◇RFID/USN 도입 후 정보 대량 유출 대비책 마련해야=개인정보 침해 대비 제도적 장치 문영성 숭실대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토론회에서 김성수 서오텔레콤 사장은 “RFID/USN 기술은 장기적인 전망을 갖고 투자해야 한다”며 “하지만 개인정보 침해 우려가 제기되고, RFID 간 전파 간섭 문제와 RFID 리더 제조업체 간 호환성 확보 문제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말했다.
정홍채 아시아나IDT RFID/USN소장은 RFID 기술의 표준화 현황을 궁금해 하는 참석자들에게 “RFID 기술은 수동형(passive), 반 수동형(semi passive), 능동형(active) RFID로 발전해 가고 있다. RFID 기술은 표준화가 속속 진행돼 유통과 물류 분야에서 널리 쓰이는 900㎒ 대역은 표준화가 거의 완성됐다. 하드웨어 단계에서 표준화 문제는 거의 해결됐다. 장비 보안과 시스템 보안의 표준은 확정됐다. 해킹 우려는 법과 제도로 해결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태언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는 “RFID/USN 도입 후 개인정보 유출사고가 발생했을 때 관련 법에서 면책 요건을 마련하는 등 법적·제도적 검토가 있어야 한다”며 “정보 대량 유출사고가 발생했을 때 중소기업이 소송에 대비할 수 있는 제도적 방법을 마련하고 표준계약서를 개발하는 문제도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재인 단국대 경영정보학과 교수는 “행안부가 제정을 추진 중인 개인정보보호법안을 보면 제반 사항을 위반했을 때 벌칙이 벌금 5000만원 이하, 징역 5년 이하로 규정돼 있다”며 “RFID 산업화를 위해 벌칙을 완화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손승원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융합기술연구부문장은 “국가적으로 매우 중요한 상황일 때는 개인정보를 긴급히 제공해야 할 수도 있다”며 “이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RFID/USN 산업 확산 위한 투자 시급=특히 참석자들은 RFID가 미래의 신성장동력이 되려면 대대적인 투자확대와 실질적인 사업화가 시급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오재인 교수는 “최근 미국 출장 중 방문한 기업체의 테스팅센터 직원은 ‘시속 12㎞에서도 RFID 작동에 오류가 없도록 해야 한다’고 말하더라”며 “미국 업체들은 명확하고 구체적인 타깃을 갖고 움직이고 있는데 우리는 아직 시범과제를 하고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홍채 소장은 “RFID 원천기술은 미국의 기업이 모두 다 갖고 있다”며 “몇 년 전에 러닝 로열티 공세가 있어 관련 협회에서 특허를 분석, 대응방법을 놓고 여러 차례 세미나를 열었다”고 말했다.
그는 “RFID 칩을 분석해 보면 설계기술과 양산기술이 중요한데 양산 기술은 반도체 양산기술과 유사하다”며 “반도체 양산기술이 뛰어난 삼성전자나 하이닉스가 RFID 양산에 나서면 물고기가 물을 만난 것처럼 상당히 앞서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순범 제이디씨텍 상무는 주파수 문제, 위치추적 문제, 민간 수요 발생 문제를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상무는 “안테나 튜닝·양산·요소기술과 반도체 기술, 미들웨어와 하드웨어 기술, 사업에 대한 응용기술 등이 중요하다”며 “미국은 군사적 목적으로 RFID 기술을 30년 이상 쌓아왔으므로 우리가 원천기술을 따라잡기기는 어렵다”며 “우리나라는 제조기술이 뛰어나므로 여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현진우 바이텍테크놀로지 사장은 “현장에서 보면 다들 RFID의 인식률이 100%가 되지 않으면 못 쓴다고 얘기하더라”며 “바코드의 경우 인식률이 80%밖에 안 되는데도 널리 사용되는데 유독 RFID는 100%를 고집해야 하나”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정홍채 소장은 “바코드는 도입 가격이 1원 이하지만 RFID는 투자비가 많이 들기 때문에 자동화를 통한 인건비 절감 차원에서 도입 효과를 생각할 수밖에 없다”며 “기업체 CEO들은 공장자동화에 RFID를 도입하려면 100% 인식률이 나와야 투자 효과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대대적인 투자 확대 필요=신상철 센터장은 “RFID 민간수요가 언제쯤 열릴지는 알 수 없다”며 “국내 RFID 산업은 우리나라 RFID 산업의 총매출이 1조원을 넘어야 꽃피울 것이다. 지난해 4400억원을 기록했고 올해 6600억원, 내년 1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때가 돼야 대기업들이 본격 뛰어들 것이다. 중소기업들까지 매출을 거두려면 1조5000억원은 돼야 한다”고 전망했다.
한편 김준형 경희대 교수는 “RFID는 전망만 좋고 현실은 참담한 상황”이라며 “다른 신성장동력산업에 투자한 것과 RFID 분야 투자를 비교하면 창피한 수준”이라고 안타까워 했다. 김 교수는 “정부는 시범사업 방식이 아니라 과감히 투자하고 세제 지원 등 혜택을 제공해야 시장이 열린다”며 “RFID가 신성장동력이 되고 외국 시장까지 공략하려면 삼성이나 현대가 반도체에 투자한 것의 100분의 1만큼은 투자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한국정보사회진흥원 부설 u-IT클러스터지원센터의 신상철 센터장은 “시범사업은 단계가 있으며 한 번 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연속성이 있다”며 “사업 규모가 크지 않다는 것이 아쉬운 부분일 뿐”이라고 말했다.
문영성 숭실대 교수는 “IT가 요즘 공격받는 것은 고용 창출이 안 된다는 점 때문”이라며 “RFID가 정책적으로 지원받으려면 고용을 창출할 수 있는 방향으로 뭔가를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주제발표=신상철 한국정보사회진흥원 부설 u-IT클러스터지원센터장은 ‘RFID/USN 산업 현황과 전망’이라는 발표에서 RFID/USN 산업 현황과 정부의 정책 및 문제점과 대응전략을 설명했다.
발표에 따르면 RFID/USN 시장은 전 세계적으로 폭발적으로 성장해 2012년 558억달러 규모(연평균 46% 성장)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시장은 u서비스가 본격 도입되는 올해부터 성장이 예상되며 2012년 세계시장의 12% 규모에 이를 전망이다.
국내 RFID/USN 시장은 올해 관련 매출이 발생하는 기업이 176개, 총 매출액 약 6630억원, 1개 기업 평균 매출액 약 38억원(성장률 102.1%)으로 예상되고 있다.
매출발생이 예상되는 기업중 RFID 리더 업체가 79개, 태그 업체가 77개, SW업체가 60개 등이다.
RFID/USN 관련 수출액은 2003년 75억8000만원에서 올해 420억원으로 연평균 40.8% 증가할 것으로 조사됐다. 수입액은 올해 243억9000만원으로 전년 대비 107.4% 증가할 전망이다.
국내 RFID 주파수별 시장규모는 900㎒가 약 1630억원, 13.56㎒가 1190억원, 2.45㎓가 165억원 등으로 나타났다.
국내 RFID 기술인력은 지난해 총 1277명으로 조사됐다.
RFID/USN 사업 추진시 애로사항으로는 △불확실한 시장성 △표준화 미비 △사업추진 자금 부족 △태그 및 칩의 가격 부담 △보유 기술력 및 인력 부족 △비즈니스 모델 부재 △RFID에 대한 인식 부족 △정부의 정책지원 미비 순으로 꼽혔다.
지난해 기준 RFID 도입 현황은 해외는 총 2512건중 금융/보안이 18.2%로 가장 많았고, 국내는 총 133건중 자산/재고 분야가 20%로 가장 많았다. 국내에서 RFID 도입이 활성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는 물류가 88.2%로 가장 비중이 높았다.
정부의 정책은 정보통신부가 RFID/USN 시범/실증사업을 추진하고 확산사업을 기획했다. 예산은 약 600억원이 책정됐다.
올해 2월 정부부처가 개편되면서 지식경제부는 지난 5월부터 RFID/USN 확산사업(10개)을 추진하고 있고, RFID/USN 산업전략을 발표했으며, 지난달 신성장동력 22대 과제 중 RFID/USN 산업을 선정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7월부터 RFID/USN 확산사업(7개)을 추진하고 있으며, 유비쿼터스 기반 공공서비스 촉진에도 나서고 있다.
정부는 2018년에는 RFID/USN 기반 산업이 28조9000억원의 생산유발효과, 25억달러의 수출을 일으키고 GDP 기여도가 0.92%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신 센터장은 “세계 주요국이 RFID 산업을 전략산업으로 육성해 지원정책을 수립, 추진중이며 세계적인 기업들이 적극 활용단계로 진입했다”며 “초기 리스크 분담 차원에서 정부가 선도적 역할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패널토론=정홍채 아시아나IDT RFID/USN소장은 “미국에서는 RFID 분야에서 성공적인 사업모델이 많이 제공되고 확산되고 있다”며 “우리나라에서 확산이 더딘 것은 도입 효과가 나오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 소장은 “많은 전문가들이 2010년에서 2012년 사이에 시장이 열릴 것이라고 보고 있지만 RFID 인식률이 100%가 안 되면 이 기술은 소멸되고 말 것”이라며 “인식률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시장은 열리기 힘들다”고 거듭 강조했다.
민간기업은 인식률 100%가 안 나오면 투자하기 어렵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현장의 애로사항을 그때그때 풀어줄 수 있는 집단이 있어야 하는데 아직 그런 곳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이런 상황이 계속 되면 시장이 확산될 시점엔 외산 기술을 사다 도입하게 될 것으로 정 소장은 우려했다.
그는 “농수산물 이력 추적시스템 분야가 활용도가 높을 것”이라며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등이 반도체 양산 수율이 높으므로 RFID 태그 양산에 힘을 쏟으면 굉장한 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내다봤다. 또 RFID 리더가 CDMA, GSM 등을 통해 휴대폰과 결합되면 큰 시장이 열릴 것으로 전망했다.
◇패널토론=박순범 제이디씨텍 상무는 “우리나라에서 쓰는 RFID 태그 제조장비는 독일과 오스트리아산이 대부분인데 대당 가격이 15억원 선으로 비싸 중소기업들이 선뜻 구입하기 어렵다”며 “장비 도입한 대기업도 가동률이 15%도 안나오는 실정”이라고 현황을 설명했다.
박 상무는 “RFID 분야에 일찍 뛰어든 기업들은 이미 사업을 접었다”며 “1세대 기업들은 고생만 했고 이제 2세대 기업들이 쉬운 기술과 쉬운 사업으로 뻗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RFID/USN 분야는 중소기업들이 상당히 기대를 걸고 있는 분야”라며 “대기업은 대기업대로, 중소기업은 중소기업 나름대로 영역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소영기자 sy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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