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공적자금 투입을 골자로 한 미국 구제금융법안이 29일(현지시각) 하원에서 부결되면서 정보기술(IT) 우량주들도 직격탄을 맞았다.
로이터·월스트리트저널·CNN 등 주요 외신은 세계적인 경제 불황에도 끄덕없었던 기술 블루칩들이 구제금융법 부결의 후폭풍을 피하지 못하고 줄줄이 폭락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이날 나스닥은 무려 9.14% 주저앉아 지난 2000년 4월 닷컴 거품 붕괴로 기술주들이 약세로 돌아선 이후 ‘사상 최악의 낙폭’을 기록했다.
나스닥 폭락을 주도한 것은 애플이다. 애플의 주가는 이날 최근 16개월 내 최저 수준인 18% 하락했다. 애널리스트들은 이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소비자 수요 정체가 이어지고 있는 데다 가전 유통업체인 서킷시티의 휴가 시즌 매출이 부진할 것이라는 경고가 악재로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구글·노키아·리서치인모션(RIM) 등 핵심 블루칩들도 주가가 두 자릿수 이상 떨어지는 수모를 겪었다.
구글 주가는 이날 11.6% 하락, 381.00달러로 마감됐다. 구글의 주가가 400달러 아래로 내려간 것은 최근 2년내 처음이다.
건재함을 과시해온 마이크로소프트(MS) 역시 8.7% 빠지면서 25.01달러까지 떨어졌다.
야후의 주가도 10.8% 곤두박질쳐 최근 5년내 가장 큰 폭의 하락세를 나타냈다.
월가의 애널리스트들과 투자자들은 경제 불황의 골이 깊어짐에 따라 그동안 미국 부동산 위기에도 불구하고 뚜렷한 성장세를 나타냈던 애플·구글 등 우량주들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견해를 내놨다.
샌포드 C.번스타인의 제프리 린드세이 애널리스트는 “추가적인 금융기관 도산이 이어질 경우 세계 경제는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할 것”이라며 “구제금융이 시행되지 않는 한 약세 증시에 관련된 모든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브래드 스미스 MS 고문은 이날 의회에 제출한 성명서에서 “업계의 자신감 회복과 금융 시장에서의 안정을 위해 구제 금융안 통과를 재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IBM의 주가는 4.2% 하락하는 데 그쳤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IT 블루칩들이 충분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어 최악의 경제 위기에도 살아남을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김유경기자 yuky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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