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금융쇼크로 각 은행의 외화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정부가 달러화를 긴급 투입키로 하는 등 유동성 확보에 총력전을 기울이고 있다. 유동성 부족에 따른 은행의 달러 수급난과 기업의 자금난이 한계수위에 이르렀다는 판단 때문이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외화자금 시장에서 달러 기근이 심화하면서 중장기 차입뿐 아니라 1개월 미만 단기 차입조차 이뤄지지 않아 국내 은행들이 심각한 외화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다.
신제윤 기획재정부 국제업무관리관(차관보)은 “현재 국제 금융시장에서는 1주일짜리 ‘론(차입)’도 없어져 모두 하루짜리 달러차입인 ‘오버나이트(Overnight)’로 거래하고 있다”며 “현재 가장 타격이 큰 부분이 외화유동성”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달러 부족 상황이 계속된다면 외화를 갚지 못하는 ‘달러부도’ 사태에 빠질 수도 있으며 이 여파는 국내 기업에도 미칠 전망이다.
달러 수급난은 정부가 긴급자금을 시장에 투입키로 함에 따라 일단 한 고비는 넘겼다. 기획재정부는 외국환평형기금을 통해 내달까지 최소한 100억달러 이상을 공급할 계획이다.
정부가 급하게 이러한 방침을 밝힌 것은 국내 금융기관들의 외화자금난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것도 부족하면 달러를 더 풀 예정이며 한은이 공급하는 달러까지 합하면 더 많은 달러가 시장에 풀리게 된다.
시중은행들은 정부의 이번 조치가 최악의 상황이 지난 가운데 나온 뒤늦은 조치로 평가하면서도 급한 불은 끌 수 있게 됐다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모 은행의 자금담당 관계자는 “뒤늦은 감이 있지만 환영한다”며 “시장의 불안심리를 잠재우는데 어느 정도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은행도 필요하면 외환 스와프 시장을 통해 달러 유동성을 계속 공급하겠다는 방침이다.
한은 관계자는 “그동안 외환 스와프 시장에 상당한 규모로 달러를 공급해 왔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하지만 은행들이 중앙은행에 100% 의존해서는 안 되며 달러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은이 은행에 직접 달러를 대출하는 방안은 생각하고 있지 않다”면서 “외환위기 당시에 중앙은행이 은행에 달러를 대출해준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고 말했다.
이같은 당국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국제금융시장이 안정을 되찾을 때까지 당분간 달러 부족사태는 계속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특히 달러 부족이 장기화되면 은행들이 기업에 대한 외화 대출을 줄이거나 만기연장을 기피, 기업경영에 타격을 입힐 전망이다.
권상희기자, shk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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