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경기가 인재영입의 찬스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우후죽순으로 무너지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새로운 강자를 노리는 중국과 일본이 ‘월가 인재 쇼핑’에 여념이 없는데도 국내 금융기관들은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글로벌 투자은행 빅5 중 3개가 나가떨어짐에 따라 월가에는 대규모 감원 한파가 불어닥쳤다. 부실 투자은행의 해외 영업법인까지 감안하면 올해 들어 상당수 전문인력이 일자리를 잃었다.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도 부실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이들을 흡수할 여력이 없다.
미국 투자은행의 부실에 따라 실로 오랜만에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전문인력 공급 우위의 시절이 돌아온 것이다. 월가의 불행은 글로벌 투자은행 육성을 목표로 하는 한국, 중국, 일본에 더없이 좋은 기회가 되고 있다.
◇뛰는 중국·일본, 기는 한국=중국과 일본은 이번 기회를 살리기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에 나섰다. 중국은 중국투자공사(CIC)를 통해 글로벌 투자은행 2위에 랭크돼 있는 모건스탠리와 지분매입 협상 중이다. 특히 경력직 채용 공고를 통해 리먼브러더스와 메릴린치의 전문인력 영입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일본 노무라증권도 지난 22일 공격적인 입찰로 스탠더드차타드(SC)와 바클레이스 등 경쟁자를 따돌리고 리먼브러더스의 아시아법인을 인수했다. 이에 따라 리먼이 보유하고 있던 아시아 금융 전문가들을 대거 영입했다.
중국과 일본의 행보에 비해 한국은 굼뜬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산업은행이 리먼브러더스 인수에 실패하면서 외국계 글로벌 플레이어 영입론은 오히려 수그러들고 있다.
국내 금융업황 악화도 인재 영입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신보성 증권연구원 연구위원은 “과거에는 국내 금융사가 외국계 전문인력을 영입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 성과시스템 문제였다”면서 “지금은 공급 우위 시장이라 돈 문제가 인재 영입에 크게 작용하지 않는데도 국내 금융사들이 기회를 잘 못 살리고 있다”고 말했다.
◇대형 증권사들 먼저 행동 나서=전반적으로 국내 금융계가 외국계 인재 영입에 주춤하고 있는 사이 먼저 대형 증권사들이 부분적으로나마 인재영입에 나서고 있다. 삼성증권은 올해 들어 메릴린치 글로벌 유동성 및 리스크관리그룹 최고운영자 출신인 권경혁(리스크관리 팀장) 전무를 전격 영입해 리스크관리 시스템을 체계화했다. 또 모건스탠리 출신인 박성우(기업금융2 사업부장) 전무를 영입해 투자금융 부문을 강화했다.
올해 미래에셋증권도 리먼코리아세일즈 부문 대표였던 김종원(국제본부) 이사를, 한국투자증권은 도이체뱅크증권 출신인 권건우(법인영업) 부장을 각각 영입했다.
그러나 은행들은 외국계 인재영입에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적극적인 행동을 보이지 않고 있다.
신한, 우리, 국민 등 대형은행이 올해 영입한 외국계 전문가는 단 한 명도 없다. 신한은행 고위관계자는 “대형 증권사들 중심으로 글로벌 플레이어 영입에 나서고 있는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면서도 “한국의 시스템, 제도, 인프라 등이 외국과 달라 외국계 인재 영입이 효율적인 효과를 낼 수 있을지는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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