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키코(KIKO) 피해 기업 대책이 숨가쁘게 처리되고 있다. 이미 1조7000억원 규모로 불어난 중소기업들의 키코 피해액은 갈수록 눈덩이처럼 불어날 판이어서 정부도 최선의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그간 ‘대기업 프렌들리 정부’라는 비판을 들으면서까지 중소기업의 어려움에 좀처럼 손을 내밀지 않던 정부의 방침 변화와 적극적인 타개책 마련은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다. 미국의 금융위기에서 보듯 모든 대책은 타이밍이 중요하다. 특히 지금과 같은 급격한 변동성에 노출돼 있는 경제환경에서 중소기업을 살리기 위한 처방과 투약은 이를수록 좋다. 기왕에 수립된 정책은 곧바로 집행해야 하며 금융권과 대기업들의 동참도 절실하다. 정부와 민간이 위기에 총력으로 대처할수록 중소기업들의 회생은 더 큰 힘을 얻게 된다.
여기에서 정부와 이해당사자들이 가장 명심해야 할 것은 시간과의 싸움이란 점이다. 가뜩이나 미국발 신용위기로 시중의 돈줄은 바짝 말라 있다. 금융권은 대출 연장을 기피하거나 기존 대출도 회수하는 실정이다. 추석 명절을 간신히 버텨온 중소기업들은 이제 자금이 바닥난 상태다. 태산엘시디에서 보듯 원자재를 구매할 여유도 없다. 여기에 환율은 미국의 강달러 정책에 힘입어 지속적인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다. 키코 피해 기업이 500개가 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는 가운데 환율이 1200원에 이르면 70% 이상의 해당기업들이 부도 단계에 내몰릴 것이란 분석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 때문에 실기하면 곧 대재앙으로 급변할 가능성이 너무 높다. 하루가 시급하다. 대책을 세우고, 피해 기업을 선별하며, 어물어물할 만큼 한가한 상황이 아니다. 환율은 당장 오늘내일에도 1200원을 넘어설 수 있다.
다행스러운 것은 금융권과 일부 대기업의 전향적 자세다. 일단 어려움을 함께 극복하고 기업부터 살려놓고 보자는 경제 공동체의 파워가 발휘되는 것 같아 반갑기 그지없다. 금융권에서 키코 손해액만큼을 대출해 계약을 청산할 수 있도록 해주거나 추가 손실 발생은 은행 대출로 전환해 주는 방안 등이 거론되는 것은 해당기업들에 숨통을 틔워주는 역할을 할 것이다. 지식경제부의 대응도 힘이 될 것이다. 중소기업진흥공단은 정책 자금 상환 유예 및 상환 기간 연장을 추진한다. 수출입은행, 수출보험공사, KOTRA 등은 수출 중소기업에 대한 신용 대출, 수출 보험 확대 및 해외마케팅 지원에 나선다. 삼성전자 같은 대기업이 협력업체들에 유동성 지원에 나서는 것도 좋은 사례다. 어차피 피해기업의 대부분은 대기업의 협력사들이어서 이들이 쓰러지면 함께 곤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이번 사태는 대·중소기업이 이와 잇몸의 관계라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금 일깨워 주고 있다. 자금력을 갖춘 대기업들은 지금이라도 현금결제나 원·부자재 확보 등 과감한 지원책을 펼쳐야 한다.
정부와 민간은 지금 당장 시행한다면 위기의 한 고비를 넘길 수 있는 입체적이고 종합적인 지원책을 제시했다. 동시에 정책 당국자들은 이번 사태에 대한 철저하고 면밀한 반성이 요구된다. 응급수술로 환자를 살려놓을 수는 있어도 정상 회복까지는 먼 길이다. 미국 신용위기가 조만간 실물경제 압박으로 전이될 것이다. 따라서 정부와 기업은 키코 위기 탈출과 함께 실물경제 위축이라는 또 다른 시나리오에 대응할 준비에도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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