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위기관리 시스템 "아직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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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발 금융 위기로 국내 증권사의 리스크 관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국내 증권사들의 위기관리 시스템은 개선 중이지만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높다는 평가다.

 18일 업계 전문가들은 국내 증권사의 위기관리 시스템이 매년 개선된 것으로 평가했지만 여전히 취약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내년 2월 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되면 증권사의 취급 상품이 다양한 파생상품으로 확대되고 자기자본투자도 활성화될 전망이어서 이에 대한 관리도 병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내 증권사 리스크관리 개선중=최근 금융감독원이 증권사 리스크 관리 실태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리스크 관리 인프라는 2년 전에 비해 크게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5월 말 기준 리스크 관리 전담인력은 총 301명으로 2년 전인 2006년 6월 말 당시 155명보다 2배 가량 증가했다. 인력 외에도 전담조직을 설치 운영하는 곳이 크게 확대됐고 전산시스템을 갖춘 증권사도 23개사에서 39개사로 늘었다. 또한 중대형 증권사 위주로 내년 초를 목표로 한 리스크 관리 전산시스템 구축에 힘쓰고 있다.

 노희진 한국증권연구원 정책제도실장은 “지난해 금융위원회가 리스크 기반 시스템(RBS)을 도입하며 국내 증권사의 리스크 관리 수준이 개선됐다”고 평가했다. 또 미국발 사태에서 실제 리스크에 노출된 증권사의 사례가 없었던 것도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향후 글로벌 IB를 지향하는 상황에서 다양한 파생상품을 취급하고 더 많은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지는 만큼 리스크 관리에 노력해야한다는 지적이다.

 노 연구원은 “상업은행이나 보험사 등과 달리 증권산업의 본질상 고수익을 추구하기 때문에 그만큼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런 점에서 대형사의 리스크 관리 수준은 점차 개선되고 있지만 중소형사의 리스크 관리 시스템은 여전히 취약하다는 평가다.

 김규림 한국증권연구원 연구원은 “소형 증권사의 경우 리스크를 고려한 운용전략을 세우는 비율도 낮고 리스크 한도를 사용하는 능력도 낮다”고 진단했다. 또 경영자들이 리스크 관리에 대한 이해도가 높지 않거나 이해하더라도 실질적으로 전략을 세우거나 인력 배치 등에서 소홀하다고 지적했다.

 ◇한국형 IB 리스크 관리 모델 만들어야=전문가들은 최근 미국발 금융사태와 관련해 타산지석으로 삼고 한국에 맞는 리스크 관리 제도를 재점검하고 ‘한국형 IB 모델’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권경혁 삼성증권 리스크관리팀 전무는 “리먼 브러더스나 메릴린치가 한국보다 리스크 관리가 낮아 이런 사태를 맞은 게 아니다”며 “선진 금융기법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와 자기자본투자, 신용, 시장 등에 관란 전사적인 리스크 관리가 안 되면 큰 금융위기를 초래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또 권 전무는 “자본시장통합법만 통과시키고 사람 몇 명 데리고 온다고 해서 IB가 만들어지지는 않는다”며 “정부의 정책 조율과 함께 증권사의 리스크 관리를 병행하며 한국형 모델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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