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C, 문화 투자 꺼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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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벤처캐피털 업계가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영화 부문 투자에 매우 소극적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영화산업 특성을 고려한 리스크 헤지 등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16일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벤처캐피털업계가 올해 들어 7월까지 영화를 포함한 영상·음반·방송부문 투자는 521억원으로 지난해 전체(1324억원)의 40% 수준에 그쳤다.

 이는 특히 지난 2006년과 2007년 1조원 모태펀드 기반으로 2597억원(모태펀드 843억원 출자)의 문화 전용펀드가 조성된 가운데 나타난 것이어서 주목된다. 정부는 모태펀드 조성 과정에서 문화산업진흥기금을 폐지하고 기금 잔액을 모태펀드에 편입시켰으며 이를 바탕으로 문화 전용펀드를 조성 중이다. 일반적으로 펀드는 자금회수 기간을 고려해 결성 후 2∼4년 내 대부분을 투자한다.

 벤처캐피털 업계가 영화 투자에 적극 나서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수익성과 영화 분야 특유의 수익 분배구조 때문이다. 김형수 벤처캐피털협회 상무는 “영화상영 수입의 50%는 극장주에게 가고 나머지도 배급사·제작사에게 간 후 투자자들이 챙기는 구조”라며 “일례로 1200만명의 관객을 모아 대박이 났다는 ‘태극기가 휘날리며’가 두 배의 수익률에 그쳤다”고 소개했다. 일반적으로 벤처캐피털 업계는 3∼4배 이상의 수익을 목표로 투자를 진행하며 10배 이상 투자수익이 발생했을 때 크게 성공한 것으로 본다. 최근 영화투자를 하지 않고 있는 일신창투의 안상진 팀장은 “영화 투자의 경우 수익률이 안난다”며 “문화 투자는 음악·공연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영화진흥위원회의 ‘2007년 한국 영화산업 결산’ 자료에 따르면 한국영화 제작비 기반 평균수익률은 2006년 마이너스 22.9%에서 지난해는 마이너스 43.0%로 크게 악화됐다. 손익분기점을 상회한 작품수도 2006년 17.3%(19편)에서 지난해는 11.6%(13편)로 줄었다.

이처럼 수익성 악화가 투자 악화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지자, 정부 정책자금이 더욱 실효성 있게 집행될 수 있도록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보연 영진위 연구1팀장은 “최근 영화 수익률이 나빠지면서 벤처캐피털이 투자를 안 하고 이로 인해 영화업계가 투자 유치를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영상펀드의 투자리스크를 완화할 수 있는 정책 대안이 나와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준배기자 j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