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SW코리아, 다시 시작이다](7부) ②기업인들이 본 SW 저작권 침해 현황과 그 영향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SW의 저작권 침해 사례에 관한 조사

 종이에 기록하던 대부분의 데이터를 디지털화해 컴퓨터파일로 보관하는 시대다. 이러한 데이터를 다른 사람과 주고받는 경우에도 과거처럼 디스켓에 담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e메일 또는 FTP 전송으로 간단히 주고받을 수 있다. 편리한 만큼 부작용도 심각하다. 애써 만든 데이터나 파일 또는 프로그램의 집합체인 대용량의 소프트웨어(SW)마저도 사이버공간에서는 다운로드로 간단히 복제가 가능하기 때문에 사이버공간은 순식간에 불법복제 SW 천지로 변해가고 있다.

 개인이 이런 불법복제 SW를 사용하는 이유는 손쉽고 간편하기 때문에, 기업은 비용절감을 위해 SW 저작권을 침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과 SW기업인들이 본 저작권 침해 현황과 영향은 어떤 모습일까. 전자신문이 개인 617명과 기업인 100명을 대상으로 SW 저작권 침해에 관해 조사를 실시했다.

 

 ◇저작권이 시장 만든다=최근 국내에서도 SW 지재권 보호의 바람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불법복제 SW가 철저히 단속된다면 SW 시장이 활성화될 것으로 국내 기업들은 예상했다. 실제로 마이크로소프트(MS)의 매출이 우리나라와 비슷한 경제규모를 보유한 호주에서 1조원을 넘긴 데 비해 우리나라에서는 3750억원에 그쳤다. 물론 호주와 달리 국내에는 한글과컴퓨터 등 쟁쟁한 경쟁기업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불법복제 SW가 큰 영향을 미친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전자신문이 100명의 SW기업인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불법 SW가 유통되지 않는다면 매출이 두 배 이상 확대될 것으로 예상한 기업이 16%에 달했다. 30∼50% 늘어난다는 응답은 21%였다. 10% 이내로 매출이 늘어날 것이라고 답한 기업이 40%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는 SW 저작권을 보호하는 것이 기업과 종사자를 보호하고 시장 규모를 넓히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전체 시장이 커져야 틈새 시장의 규모도 커지게 되고, 이는 틈새 시장을 타깃으로 하는 벤처기업의 창업 활성화와 직결된다. 저작권이 외국 대기업만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SW 기업을 시작하는 창업자들에게도 많은 기회를 주는 것이다. 사무용SW연합(BSA, 의장 정재훈)은 지난 1월 국내 불법복제 SW를 10% 낮추면 향후 4년간 13억달러(1조1700억원) 규모의 경제 활성화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기업의 수익성 증가로 고급 숙련 인력 채용이 활기를 띠어 7600개의 신규 일자리가 창출되고 조세 수입도 7억3600달러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제프리 하디 BSA 아·태지역 대표는 “10억대 이상의 PC가 이미 설치된 글로벌 시장에서 아·태지역 IT 분야 성장은 이미 지역 경제에 상당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며 “신규 컴퓨터에 설치된 SW의 추정 금액이 210억달러인 데 비해 116억달러 상당이 불법복제된 것으로 나타나 정품 SW 사용이 더욱 권장된다”고 말했다.

 ◇인식 개선이 우선=SW기업인 중 40명은 불법 SW를 사용하는 이유로 비용 절감을 위해서라고 응답했다. 이용자가 불법 SW를 사용하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사용하는 풍조가 만연해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렇듯 지식재산권 보호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불법 SW 사용에 대한 성숙한 시민 의식는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 네티즌 61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개인의 46.2%가 불법복제 SW가 저작권 법에 위배된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고, 42% 정도만이 불법복제 SW를 반대하고 있다. 이는 절반도 채 되지 않는 수치로, 손쉽고 편리한 불법복제 SW를 이용하겠다는 응답도 4분의 1 이상이 넘어 디지털 콘텐츠 보호에 대한 이용자 인식이 고취돼야 함을 알 수 있다. 특히 한국SW저작권협회(SPC, 회장 김영만)의 올 상반기 온라인 모니터링 결과, 온라인에서의 불법복제 SW 및 불법 공유가 전혀 줄어들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돼 이 같은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보고서에는 22개 OSP(개인 간의 파일 공유 사이트나 웹하드 등) 사이트에서 SW 불법 업로드 건수는 4만2000여건 이상, 이로 인한 피해 금액은 690억원을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2007년 한 해 동안 본 피해 규모에서 35%가량 늘어난 수치라는 것을 지적했다. 김지욱 SPC 부회장은 “과거 SW를 불법복제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사용자들도 불법복제 SW가 문제라는 것을 인식하는 단계까지와서 다행”이라며 “아직 갈길이 멀지만 SPC는 정품SW 사용의지를 갖고 있는 SW사용자(기업)가 SW 자산을 제대로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 제공하는 것을 비롯해 불법복제 SW를 근절하자는 구호를 반복하는 차원을 넘어 구체적인 실천방법을 꾸준히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무단으로 올린 사람들도 책임 물어야=그렇다면 불법 SW 복제에 대한 책임 소재는 누구에게 있을까. 국내 네티즌의 35.7%가 ‘무단으로 올린 사람’에게 책임소재가 있다고 응답했다. 무단으로 이용한 사람이라는 의견은 15.2%였지만 잘 모르겠다고 응답한 비율도 20%가 넘어 불법복제의 책임 소재를 불분명하게 규정하고 있는 현실을 드러냈다.

 현실적으로 불법복제 SW를 막기 위한 최후의 수단은 단속이다. 물론 지나친 단속활동이 때로 부작용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단속마저 없다면 국내에서 생존할 수 있는 SW기업은 거의 없을 것이라는 게 통설이다.

 SW기업인 36명은 정부와 경찰이 불법복제에 대한 단속이 도움이 된다고 응답했다. 큰 도움이 된다는 의견도 15명이나 돼 저작권 보호에 대한 정부 정책의 당위성을 드러냈다.

 그러나 영세 SW기업들은 단속의 지원도 받기가 쉽지 않다. 지금까지는 대부분의 단속활동이 이름을 대면 알 만한 대형 SW업체들 중심으로 주로 이뤄져왔기 때문이다. 아직 규모나 자본력에서 벤처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 영세업체들은 그나마도 불법복제 단속의 사각지대에 방치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단속 방향도 대기업 편향에서 바뀌어야 한다.

 임희섭 한국SW전문기업협회 팀장은 “저작권 보호에서 소외돼 있는 국내 중소 SW기업이 많다”며 “정당한 대가를 못 받거나 저작권을 침해당하고 있지만 시간적·금전적 여유가 없어 딱히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불법복제 SW가 줄어든다고 해서 이 흐름이 고스란히 정품 판매로 이어지긴 힘들다. 그러나 시장 저변을 넓히는 데 상당한 효과가 있을 것이다. 이는 곧 해당산업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러한 경제적 효과가 바로 불법사용을 자제해야 하는 중요한 이유다.

 단속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정부가 SW에 대한 인식을 바꿀 수 있는 정책에 주력해야 한다. SW는 무형의 재산이다. 끊임없는 재투자와 연구개발을 이어가지 못하면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어갈 수밖에 없다. 저작권리를 무시한 불법복제가 만연한 분위기에서는 제아무리 아이디어와 패기, 기술력을 갖춰도 실제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없다. 저작권을 존중해야 이를 개발하는 기업과 인재가 살고, 이들이 역동적으로 움직일 때 경제도 신바람이 날 수 있을 것이다.

 허정윤기자 jyhu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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