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불황을 즐기는 ‘아톰’ 어디까지 성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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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율이 요동친다. 주가는 오를 기미를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서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물가는 여전히 높다. 유난히 짧기 때문일까. 추석이 다가왔다는 사실도 실감나지 않는다. 그런데 끝이 잘 보이지 않는 이 불황을 제대로 즐기는 녀석이 있다. 바로 ‘아톰’이다. 아톰은 인텔의 저가 프로세서다. 그야말로 돌풍이다. 이 프로세서를 장착한 미니노트북PC, 이른바 ‘넷북(netbook)’이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IDC는 결국 이 때문에 올해 PC 출하대수 예상치를 상향조정했다. IDC는 10일 “미국, 유럽 기업들의 IT 부문 지출 삭감, 선진국 PC 시장 포화 등 악재가 수두룩하지만, 전 세계 PC 출하대수는 전년 대비 15.7% 증가한 3억1100만대에 이를 것”이라고 발표했다.

 아톰은 최신형 코어 프로세서 시리즈에 비하면 성능이 한참 떨어진다. 코어2듀오 프로세서보다 속도는 절반 수준이다. 요즘 시대에 ‘머리가 하나만 달린’ 싱글코어다. 대신 가격이 착하다. 아톰 가격은 개당 29∼44달러 수준이다. 코어2듀오는 200∼300달러다. 인텔 프로세서 중 전력 소모량도 가장 적다. 불황의 돌파구를 찾던 에이서·MSI·델 등 수많은 제조업체는 아톰의 탄생을 환영했다.

 무엇보다 주목할 것은 아톰의 꿈이 여기에서 멈추지 않는다는 점이다. 인텔은 ‘성능이 떨어지는’ 아톰에게 ‘미래 수익 발굴’이라는 막중한 책무를 맡겼다. 모바일인터넷기기(MID)라고 불리는 차세대 스마트폰, PMP, UMPC 등 모든 정보기기의 한자리를 꿰차는 것이 아톰의 다음 목표다. 모바일 시장의 90%가량을 점하고 있는 ARM을 대체하는 차세대 임베디드 CPU, 그것이 미래 아톰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우간다·카메룬·나이지리아·가나 등 저개발 국가의 PC 대중화를 이끄는 막중한 책임도 아톰에 부여돼 있다. PC를 쓰지 않는 50억명을 아톰은 보고 있다. 현재 아톰의 돌풍은 이 두 가지 대업을 이끌기 위한 몸 풀기 작업 정도다. 불황을 즐기는 아톰이 어디까지 성장할 것인지, 인텔의 야심을 닮은 녀석을 지켜볼 일이다.

  류현정기자<국제부> dreamsh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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