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루머에 휘둘리는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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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금융감독당국은 ‘악성루머 일제단속’이라는 칼을 빼들고 외국인 투자자 등을 대상으로 강도 높은 조사를 벌이고 있다. 한국경제가 9월 위기설 등 근거 없는 루머에 시달리면서 부침을 거듭하자 장고 끝에 내민 카드다. 최근 정부는 루머 등에 대해 여러 해명 조치를 내놨지만 시장을 안정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오히려 정부가 해명을 내놓으면 ‘뭔가 켕기는 것이 있으니까 저러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가 확산돼 혼란을 더하기만 했다. 결국 소문의 근원지를 일망타진하지 않고서는 수습이 불가능하다는 게 감독당국의 생각이다.

 이번 사태는 10대 경제 대국이라는 명성에 어울리지 않게 루머에 취약한 한국경제의 현실을 잘 말해준다. 한국증시는 과거에도 그렇고 요즘에도 여전히 루머에 민감하다. 최근에는 증시뿐만 아니라 환율시장마저 ‘9월 위기설’ 등으로 크게 요동치면서 국가경제까지 흔들렸다. ‘제2의 IMF’가 올 것이라는 불안감에 휩싸일 정도였다.

 악성루머를 발본색원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였지만 시장에 신뢰감을 실어주지 못한 정부 당국도 책임을 면할 수 없다. 고환율 정책을 썼다가 고물가 논란이 일자 저환율 정책으로 바꾸는 등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이명박 정부 경제팀의 정책운용이 불신을 키운 것이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환율 논란에 대해서는 “전략은 바뀐 것이 없으며 전술만 바뀐 것이다”고 강변하지만 정책 파장 등에 대한 예상 시나리오 없이 전술을 짠 것이 화를 자초했다는 시장의 생각이다.

 결국 시장의 생각과 동떨어진 고집을 계속하는 것은 결국 시장의 외면과 불신을 낳을 수밖에 없다. 정부는 잘못된 정책을 솔직히 시인하고 시장의 의견을 수렴하는 포용성을 보여줘야 한다. 또 루머를 잠재우기 위해서는 단속이라는 ‘채찍’이 아니라 정부 스스로 시장의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당근’을 제시해야 한다. 더불어 루머에 취약한 한국경제의 원인을 분석하고 이에 흔들리지 않도록 체질개선 계획을 짜야 함은 물론이다.

  권상희기자<경제교육부> shk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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