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올림픽이 끝났다. 이번 올림픽은 개최국인 중국의 가공할 만한 국력을 아낌 없이 보여준 중국을 위한, 중국에 의한, 중국의 행사였다. 올림픽 이후 각 분야에서 중국의 약진을 예측하기가 어렵지 않다. 뉴욕타임스의 한 칼럼은 “지금은 스포츠로 중국에 놀랐지만 앞으로는 예술·과학·교육·비즈니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놀라게 될 것이며, 우리는 이런 상황에 익숙해져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IT분야에서 중국의 능력은 하루가 다르게 약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IT서비스 기업들이 중국에 진출하고 있다.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고 있는 것일까.
우리 IT 서비스 기업이 중국에 진출해 사업을 수주하고자 희망하고 일부 기업은 실적도 있지만 현 시점의 주된 관심은 IT 아웃소싱에 있다. 이미 전자회사들은 인도와 중국에서 1000∼2000명 수준의 연구센터를 운영하며 내장형 SW를 개발하고 있다. 국내 전문인력을 구하기가 어려워지는 것에 비례해 인도개발센터의 당위성도 높아 간다.
국내 IT 서비스 기업의 IT 아웃소싱을 향한 관심은 전자회사보다 늦었고 그 대상지역도 인도보다 중국을 선호한다. 삼성SDS·LG CNS 등 일부 앞서 가는 기업은 500명 수준의 중국 개발인력을 확보해 국내와 개발 업무를 나누고 있다.
올림픽 직전에 다롄과 베이징의 IT개발센터를 둘러볼 기회가 있었다. 다롄은 개발 초기에는 일본 기업이 중심이었지만 지금은 84개의 세계 500대 기업이 IT 개발기지를 설치, 세계적인 개발센터로 성장했다. 다수의 글로벌 기업에서는 일본 시장을 목표로 훈련된 중국인 직원들이 IT 개발 업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인터넷을 이용해 일본에 있는 기업을 위해 일상적인 기업 업무, 즉 비즈니스 프로세스 아웃소싱도 제공하고 있다.
도쿄 사무실의 직원이 구매 요구서를 작성하면 이를 다롄에 있는 중국인 직원이 처리한다. 필요하다면 도쿄의 직원과 e메일이나 전화로 소통한단다. ‘평평한 세계’를 실현하고 있는 것이다. 이 지역에 진출한 IBM·HP 등의 글로벌 기업은 중국인을 IT 전문가로 또 고급 관리자로 키우고 있다. PM, SW 아키텍트, 컨설턴트로 양성된 중국인 전문가는 글로벌 차원에서 활용된다. 다양한 도구 중 하나와 섬세한 응용 분야의 결합으로 형성된 전문성을 지역 사업에서 100% 활용할 수가 없는 것이 그 이유다. 이를 위해 IBM 다롄개발센터에서는 직원들에게 영어·일본어 등 언어를 열심히 가르친다. 이들이 곧 한국 시장을 목표로 하라는 것은 짐작하고 있었지만 실제로 그 부서의 간판을 보는 심정은 씁쓸했다.
우리 IT기업도 이제 중국 인력을 활용하지 않고는 경쟁력이 한계에 도달한 것 같다. 이미 은행·공공 부문의 업무에도 중국 개발인력을 투입하려고 한다. 여러 가지 규제로 견제하고 이들의 진입을 늦추려는 정서가 있기는 하지만 대세는 개방이다. 어쩔 수 없이 아웃소싱 추세를 받아들여야 한다. IT 활용 기업의 경쟁력을 위해 IT서비스업은 구조조정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문제는 우리 젊은이들이 경험을 쌓을 일자리다. 단순 개발은 3D 업무라서 우리 젊은이의 일이 아니라고 치자. 그러나 요구 분석하고, 주문하고, 설계하는 능력과 원격지에 있는 개발자를 활용해 이들의 결과를 통합 관리하는 능력은 우리가 갖추어야 할 것 아닌가.
중국 기술자와 경쟁할 우리 젊은이의 전문성은 어떻게 키워야 하는가. 지식경제를 견인하는 IT 서비스 산업을 완전히 포기할 것이 아니라면 정부가 나서야 한다. 개발자 업무를 경험할 일자리를 제공하고, 이들이 자연스럽게 고급 엔지니어로 성장하는 생태계를 조성해야 할 것이다. 이는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꼭 해야 한다.
김진형 KAIST SW대학원 교수 profjkim@sams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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