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성 펀드’는 주주의 이익을 중시하는 기업지배구조 펀드로 유명하다. 이 펀드는 고려대학교 장하성 교수 주도로 ‘주주자본주의’를 내세우며 한국 기업들의 주주이익 경시 풍조를 비판했다. 장하성 교수가 삼성전자 경영진을 상대로 벌인 소액주주 운동은 지금도 전설로 회자된다. 이 사건 이후 삼성전자는 주주배당을 늘리고 기업 지배구조를 투명화하는 노력을 기울이는 등 주주중심 경영을 실천하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으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이런 사건들도 옛일이 됐을만큼 상황이 변했다. 지금은 한국 기업들의 주주중시 경영이 확립되고, 인수합병(M&A)에 대한 경영권 방어장치도 강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주주이익 중시 경향 강해져=한국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중간·분기배당제도를 도입한 상장사가 2002년 116개사(17.5%)에서 올해는 261개사(37.8%)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불과 6년 만에 배당 횟수를 늘린 기업이 두 배로 증가한 것이다.
주식가치 증진을 위해 이익소각을 이사회 결의로 가능하도록 한 회사도 2002년 336개사(50.6%)에서 올해는 524개사(75.8%)로 증가했다. 이익소각은 이익을 배당하는 대신 주식을 소각해 주주에게 간접적 혜택을 주는 방법 중 하나다. 주식을 소각하면서 자본금을 줄이는 감자와 달리 주식수만 줄고 자본금은 그대로 유지된다. 이 같은 추세에 대해 김준석 한국증권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업들이 중간 및 분기 배당 등 배당 횟수를 늘리고 주식소각 등을 시행하는 것은 주주중시 경영 분위기가 정착돼 가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 연구위원은 이런 풍조를 긍정적으로만 평가하기는 무리라고 말했다. 그는 “기업이 배당할 현금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마땅한 투자처가 없거나 투자를 통한 미래수익 창출을 등한시 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며 “시장상황에 따라 다르게 해석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회사 넘어갈까” 경영권 강화 추세=국내 기업들이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대비해 방어권을 강화하는 추세다. M&A에 대비해 이사의 선임이나 해임하는 데 의결정족수를 강화하는 ‘초다수결의제’를 도입한 기업은 2003년 2개사(0.3%)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38개사(5.6%)로 늘었다. 또 M&A 방어 대표수단인 ‘황금낙하산제도’를 도입한 기업도 2005년 3개사에서 지금은 15개사로 늘었다. 황금낙하산제도는 M&A로 경영진이 임기전 사임하게 되면 거액의 퇴직금, 보수 등을 지급하도록 하는 제도다. 기업을 인수한 자가 이사를 모두 교체해 기업지배권을 획득할 수 없도록 이사의 임기를 분산한 시차임기제를 도입한 기업도 지금은 20개사에 달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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